미세먼지 흡입매트, 지난 2020년부터 시청역, 종각역 등 서울 시내 10개 역에 설치…총 36억원 들어
시민들 "공사 중인 줄 알았다…세금 들여 설치했으면 시민 제대로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미세먼지 흡입 효과 과연 있나? 밟을 때 마다 시끄러운 소음만…교통요금 할인에 더 신경 써 줬으면"
서울교통공사 "혈세낭비 및 소음문제 등 실효성에 의문 품는 시민들 많아 매트 추가 설치 잠정 중단"
지난 2020년 서울시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을 시작으로 시내 지하철역 10곳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했다. 지하철역 내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여론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이었는데, 역 하나에 3억 원이 넘는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 비용을 놓고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밟을 때 나는 시끄러운 소음 문제가 더해져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계획했던 흡입 매트 추가 설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흡입매트는 강동역, 시청역, 마포역, 종로5가역, 길동역, 공덕역, 석계역, 종각역 등 총 10개역에 설치됐다. 해당 매트는 지름 1cm 정도의 쇠구슬이 금속 매트 위에 촘촘히 박혀 있는 형태로 사람들이 이 매트를 밟으면 쇠구슬이 눌리며 발생한 구멍으로 먼지가 흡입되는 원리다.
시는 10개역 바닥에 흡입매트를 설치하기 위해 총 36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을 했을 때 역당 약 3억 6000만원의 비용이 든 것이다.
29일 데일리안은 미세먼지 흡입매트가 설치된 시청역, 종각역 일대를 찾았다. 흡입매트 앞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지켜본 결과, 매트를 피해 돌아가거나 신기하다는 듯 매트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 위를 걷는 사람도 있었다.
시청역에서 만난 이모(71)씨는 "무슨 공사하는 줄 알고 매트를 피해 돌아갔다"며 "설명도 하나 없이 대뜸 바닥에 설치해 놓으니 나 같은 사람은 저게 뭔지 알 수가 없다. 세금을 들여 설치했으면 시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모(50)씨는 "처음 보는 장치라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걸까' 하는 생각에 바닥을 보면서 걸었다"며 "저게 미세먼지 흡입 효과가 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에 약 3억 6000만원이 든다는 말을 들은 신씨는 "1~2평 남짓한 크기인데 수억원이 든다니 혈세 낭비한 것 아니냐. 말도 안 된다"며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3억 6000만원어치 공기청정기를 역사 곳곳에 설치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각역으로 출퇴근한다는 권모(31)씨는 "매일 같이 밟고 지나가는데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탁탁탁 거리는 소리에 귀만 아프다"며 "매트 아래 미세먼지 흡입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설치돼 있겠지만 그래도 3억 6000만원은 너무 비싸다. 차라리 기후동행카드 같은 교통요금할인 정책에 세금을 더 투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청역 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박모(73)씨도 "사람들이 매트 위로 지나다닐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며 "어제처럼 눈이 내린 뒤 신발에 물이 묻어 있는 상황에서 매트 위를 지날 땐 미끄러지진 않을지 걱정돼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하루 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공기 질 개선을 위해 시의 지원을 받아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하게 됐다"며 "매트의 소재가 스테인리스 재질로 돼 있다 보니 금속끼리 부딪히며 부득이하게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2개역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었다"며 "혈세 낭비라는 우려와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매트 추가 설치는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