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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사태, 젠더 갈등으로 이슈화해서 규모 키우지 말아야" [데일리안이 간다 100]


입력 2024.11.27 05:18 수정 2024.11.27 05:18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공학 전환 논의로 발발된 총학과 학교 간 대립 장기화…이견 좁히지 못하며 합의점 도출 실패

전문가 "관점 차이로 비롯된 사태…구성원 간 의사소통 과정 생략되다 보니 갈등 극대화"

"학교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원 의견 수렴하고 이들을 설득해 최선의 해결책 찾아야"

"공학이 능사 아니지만 여대의 필요성 달라진 만큼 여대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도 필요"

지난 20일 동덕여대 정문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대자보, 포스터 등이 붙어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설로 야기된 동덕여자대학교와 총학생회 간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견 수렴 등 의사소통 과정의 생략으로 불거진 사태인 만큼 공론의 장을 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취합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여대라는 정체성을 계속해서 갖고 가려고 한다면 여대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며 "동덕여대의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이슈화 해 논쟁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동덕여대에 따르면 총학생회와 학교 처장단은 전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반 동안 3차 면담을 진행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학교 측은 선(先) 본관 점검 해제 후 공학 전환 논의를 요구했지만, 총학 측은 공학 전환을 먼저 철회해야 본관 점거를 해제하겠다며 맞섰다.


지난 20일 동덕여대 교내의 모습. 교내 건물 외벽은 남녀공학 전환에 항의하는 문구들로 뒤뎦여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 갈등의 원인은 여대라는 전통을 고수할 것이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를 도모할 것이냐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비롯됐다. 그러므로 구성원들 간의 합의나 의사소통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분쟁, 갈등이 극대화됐다"며 "학교 측은 지금이라도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을 열어 각자에게 의사 선택권을 줘야 한다. 이때 학교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동시에 이들을 설득해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육기관의 수월한 일 처리를 위해 의견 수렴 과정 등을 생략하고 비(非)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 이상 큰 갈등 없이 이 사태를 잘 마무리한다면 동덕여대가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덕여대가 이번에 시행하고자 했던 학사 구조 개편이 학교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보다 면밀하게 취합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부족했던 것이 이 사태의 원인"이라며 "학교 측은 이번 사태를 통해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학교 경쟁력 약화 등을 극복하면서 모든 구성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동덕여대 춘강학술정보관 앞 계단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전문가들은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가 젠더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허 교수는 "만약 동덕여대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대의 정체성을 계속 갖고 간다면 학교가 처음 설립됐을 때의 정신과 창학 이념을 부각하면서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여대라는 것을 강점으로 승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한국을 선도하는 여성 엘리트 양성학교로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태의 핵심은 젠더 갈등이 아니다. 동덕여대의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이슈화해 논쟁의 규모를 키울 필요는 없다"며 "외부에서 개입해 본인들의 이데올로기나 이해 관심에 따라 동덕여대 학생들을 부추기는 것은 현 사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 실체 없는 갈등을 확대하거나 재생산하지 말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여대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지 않고 무작정 남녀공학 전환 반대만 내세우는 것은 '여대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며 "공학 전환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여대의 필요성이 달라진 만큼 여대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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