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남녀공학 보다는 차라리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게 낫다"…동덕여대생들의 절규 [데일리안이 간다 99]


입력 2024.11.20 22:02 수정 2024.11.21 05:11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동덕여대 총학생회, 7일 처음 남녀공학 전환 논의설 언급된 이후 11일부터 수업거부·점거시위

동덕여대생 "남녀공학? 학교의 설립 이념과 대립…학생들과 논의 없이 反민주적 방식으로 진행"

"총장 직접 나와 사과하지 않는 한 시위 계속…여대라는 공간 안에서 누리던 권리 침해 당할 것"

"학교는 공학 전환 논의 전면 백지화하고 정상화에 대한 공식 입장 내야"…남녀공학 반대율 99.9%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과 조원영 동덕여대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포스터가 동덕여대 교내 곳곳에 붙어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학내 내홍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연일 강경 교내 시위를 주도하고 있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설립 이념과 대립하는 행위", "공학 전환보다는 차라리 자연 소멸되는 게 낫다"며 학교 측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설은 지난 7일 처음 언급됐으며, 총학생회는 11일부터 현재까지 교내를 점거하고 수업 거부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일 데일리안이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는 한산했다. 지난 19일부터 예술대학 산하 회화 전공과 성악 전공 등 일부 학과에서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어 월곡캠퍼스 안에 인적은 드물었다.


남녀공학 전환 찬반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는 A씨는 "남녀공학이 되는 것은 학교의 설립 이념과 대립하는 행위다. 또 학교는 이런 결정을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반(反)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총장이 학생들 앞에 직접 나와 사과하지 않는 한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학교는 얼른 학생들의 뜻을 헤아리고 지금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오전 동덕여대 본관의 모습.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고 적힌 현수막이 건물 한가운데 걸려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동덕여대 교문 앞에서 만난 B씨는 "여성 학교라는 이유로 동덕여대를 선택했는데 학생들의 동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남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한다면 여대라는 공간 안에서 맘 편히 누리던 여성의 권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침해될 수 있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하지만 얼마 전 한 학우가 말한 것처럼 공학이 되는 것보단 여자 대학으로 남아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게 더 낫다"며 "학교는 공학 전환 논의를 전면 백지화하고 현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덕여대 2학년이라고 밝힌 C씨는 "우리도 교내 점거 농성이나 수업 거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는 학생의 의견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을 것"이라며 "학생총회에서 진행될 남녀공학 전환 찬반 투표의 결과가 학생들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2시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운동장에서 학생 총회를 개최하고 ‘공학 전환’·‘총장직선제' 표결을 진행한 결과 반대율이 99.9%에 달했다. 학생총회는 학생 회칙 등을 결정하는 총학생회의 최고 의결 기구로, 전체 재학생 6500여 명의 10%인 650명 이상이 참석해야 개회된다.


학생회에 따르면 이날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2000여 명으로, 공학 전환 안건에는 1973명이 투표했다. 투표 결과 1973명 중 공학 반대는 1971명, 기권 2명, 공학 찬성에는 0명으로 공학 반대율이 99.9%에 달했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동덕여대 측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최대 54억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며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학생들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이미 점거 농성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공지했다.


학교 측은 "물리력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학교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이번 불법행위를 엄중하게 다루려고 한다"며 거듭 강경 대응 입장을 공표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