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1위를 지킨 홍명보호가 중동팀을 상대로 3경기 연속 실점하는 불안한 수비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중립지역’ 요르단 암만에 위치한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펼쳐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조별리그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피파랭킹 100위)과 1-1 무승부에 그쳤다.
피파랭킹 100위팀을 상대로 중립지역에서 치른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팔레스타인을 넘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다.
승점1을 추가해 승점14(4승2무)로 B조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에는 실패했다. 2위권과의 격차가 있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3차 예선 각 조 1·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경기 전까지 4승1무(승점13)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날 팔레스타인을 꺾으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을 예약할 수 있었다.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에 그쳐 거센 질타를 들었던 홍명보호 감독은 “결승전처럼 집중해서 치러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에는 먼저 실점까지 했다.
B조에서 가장 골이 적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국은 여러 차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골 결정력이 조금만 더 높은 팀이었다면 무승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수비의 핵’ 김민재의 치명적 실책으로 어이없는 실점을 했다.
전반 13분 팔레스타인의 거친 압박에 당황한 김민재가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했는데 팔레스타인 수비를 체크하지 못했다. 이때 팔레스타인 자이드 쿤바르가 슬라이딩으로 재빨리 볼을 따냈다. 골키퍼 조현우가 황급히 뛰어나왔지만 팔레스타인 슈팅을 막지 못하고 골을 내줬다. 모두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손흥민이 빠른 시간 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16분 왼쪽에서 측면에서 이명재가 넘긴 패스를 이재성이 박스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원터치 패스로 연결했고, 손흥민은 반대쪽 골대 구석을 노리는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1호골을 기록,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50골을 넘어 한국 축구 역대 대표팀 최다 득점 2위로 올라섰다.
이날 골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공격력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명재-이재성-손흥민의 환상적인 호흡은 멋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중원에서 황인범이 문전 방면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인상적이다. 이재성-이강인 등 2선 공격수들은 여전히 활력이 넘쳤고, 오세훈-오현규-배준호 등 새로운 얼굴들의 가세로 공격진은 더욱 두꺼워졌다.
3차 예선에서 홍명보호는 6경기 치르는 동안 12골을 터뜨렸다. 반면 수비는 6경기에서 5골을 허용했다. 4연승을 달리는 중에도 이라크전 2실점, 쿠웨이트전 1실점을 기록했다. 축구는 상대팀 보다 골을 더 넣으면 이기는 종목이라 지금까지는 공격력으로 결과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수비로는 홍명보 감독도 강조하는 ‘진짜 무대’ 월드컵에서는 버티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전 2무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따낸 것은 분명 인정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바라보는 곳은 월드컵이다. B조 1위 수성 중이라는 성적으로 만족하기 보다 현재 불안한 수비를 개선할 방법을 시급히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