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의 앱, 출시 3개월 만에 1000여건 다운로드…합의서 작성 후 12시간 성관계 동의
법조계 "강압적 성관계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법원서 증거로 채택하기 어려울 것"
"앱 통한 성관계 합의? 녹음 및 메시지와 같은 선상의 증거…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 어려워"
"근본적 원인인 무고죄 처벌 수위 높여야…벌금형 없는 실형으로 다스려 경각심 일깨워야"
최근 남녀 간 성폭력 고소가 증가하면서 사전에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했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인데, 악용 가능성 및 법적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실제 성관계 당사자가 자발적 의사를 갖고 동의했는지를 놓고 다툼이 있을 수 있기에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압적 성관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녀 간 성폭행 고발 사건이 증가하면서 관계 전 동의서를 작성하는 앱이 등장했다. 양측이 합의했다는 증거를 남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7월 출시된 '성관계 동의 앱'은 3개월간 1000여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이 앱을 개발하고 법적 자문한 김호평 변호사는 "남녀를 떠나 점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어려워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차원으로 시작했다"며 "당사자 간에 합의 문서를 남겨 서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앱에서 사용자는 '성관계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해당 합의서에는 '본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제본안자(갑)와 수락자(을)는 다음과 같이 합의하고 향후 합의 내용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갑과 을은 ○○○○년 ○○월 ○○일 ○○시 ○○분부터 12시간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상호 간의 스킨십과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스킨십은 '성적인 표현을 사용한 대화 및 신체 접촉 일체를 포괄한다'고 정의했다. 앱 사용자가 상대의 휴대전화로 합의서를 전송하고, 상대가 인증하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향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앱을 통한 동의가 강압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최근 성관계에 합의 유무를 둘러싸고 형사분쟁사건이 많아지면서 성관계 동의 앱까지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제 성관계 당사자가 진정한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동의했는지 여부를 두고 다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앱은 정황상 합의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될 뿐 형사법적으로 법적인 효력을 완전하게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오히려 강압적 성관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법원에서 앱을 통한 성관계 동의를 형사적 증거로 채택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성관계 합의 유무를 둘러싸고 무고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에 무고로 상대를 고소했을 때에는 형사 처벌을 더욱 촘촘하게 강화하는 게 필요하겠다. 아울러 무고범의 경우 실형을 원칙으로 하는 등 강한 처벌이 성범죄 무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만일 상대방이 동의한 적 없다고 주장할 경우 상대방은 '자발적으로 동의 버튼을 눌렀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한다. 결국 입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앱이 절대적으로 효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만약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 시작 이후 관계를 거부할 수도 있는데, 이때 강제로 성관계가 이뤄진다면 성범죄가 성립하게 된다. 결국 앱은 녹음이나 문자메시지 등과 같은 선상의 증거 중 하나일 뿐,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성범죄 관련 무고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앱까지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본적 원인인 성범죄 무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벌금형 없는 실형으로 다스리는 등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