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中서 고전하는 전통 업체들
獨 3사도 예외 아니다… 中 딜러사 재정적 지원
승승장구 하던 GM, 中 구조조정… 판매량 '뚝'
자국 전기차 사는 中 소비자들, 포기 어려운 해외 업체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독일, 미국 등의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과거 중국을 최대 시장으로 뒀던 GM은 인원 감축에 들어갔고, 독일 럭셔리 브랜드들도 최근 수요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딜러사들을 긴급 지원하고 나섰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에서 자국 브랜드 소비가 확대되며 전통 내연기관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자국 업체 소비 심리가 강한 중국 소비자들이 더이상 해외 브랜드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19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 딜러들에게 수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수요 감소로 과잉 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딜러사들의 출혈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은 중국 내 수요 감소로 인해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올 3분기 BMW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30% 감소한 14만7839대를 기록했다. JLR 역시 같은 기간 판매량이 17% 하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내 올 3분기 누적(1~9월) 판매량도전년 대비 10% 감소한 51만2200대를 기록했고, 아우디 역시 같은 기간 8.6% 감소한 47만9496대를 판매했다. 중국 승용차 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 전체가 올 1~9월 전년 대비 8.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의 중국 내 판매 악화가 주목되는 건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변화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GM, 폭스바겐 등의 판매량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 만은 높은 수익을 올려왔다.
이미 GM, 폭스바겐 등 수입 대중 브랜드들은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상하이자동차와 합작 법인으로 운영했던 폭스바겐은 과거 중국 내 연간 판매 200만대를 우습게 넘겨왔으나, 지난 2020년 부터는 155만여대, 2021년 124만여대, 지난해에는 121만 여대로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GM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200만대를 넘기며 높은 수익을 내던 브랜드 중 하나였지만, 판매량이 급격이 감소해 지난해에는 100만 여대로 반토막이 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와 GM이 합작한 중국 법인은 인력 감축에 이어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대중 브랜드들에 이어 럭셔리 브랜드들까지 타격을 입은 바탕에는 중국 내 신흥 전기차 업체들의 활약이 꼽힌다. 이미 비야디 등 대중 전기차 업체가 내연기관 수준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췄고, 이어 럭셔리 전기차 영역에서도 지커, 홍치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더이상 수입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아도 중국 내 자국 업체들이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해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은 전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며, 자국 업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 심리를 갖고 있다.
현지에서 배터리 및 주요 원자재를 모두 조달할 수 있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서, 해외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 반대편에서 비행기와 배로 차를 수입해오는 수입 브랜드들로서는 현지 판매가격을 낮출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은 이미 전기차를 샀을 때 주는 보조금 정책을 폐지한 국가고, 전기차 전환이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이미 내연기관 수준으로 가격 동등성을 이룬 상황에서 해외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성공하기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