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충격·금융감독원 제동에 자진 철회 결정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총력 기울일 것"
"주총서 '표 대결' 펼치며 끝까지 가겠다"
최윤범 회장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 개최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할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주주와 시장 관계자의 우려 등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해 왔다"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안건을 재검토한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모집 주식 중 80%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고려아연의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원까지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지난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반발에 고려아연은 결국 유상증자를 철회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주주들의 우려와 시장 혼란에 대해 충분히 경청하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유상증자는 철회하지만, 영풍‧MBK 연합 측의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주주총회에서는 단기적 투자 수익 회수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향후 사업 협력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당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협력사, 시장의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