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헌법재판소, 여론 반영해 판단하는 경우 많아…'동성혼 긍정' 동조하는 국민 적어"
"'동성혼 금지한다'는 법률 조문도 존재하지 않아…행정부 동성혼 불수리 처분 유지할 듯"
"사법적 판단보다는 여론 먼저 수렴한 뒤 입법화해야 대중으로부터 동성혼 지지 받을 것"
"혼인, 남성과 여성이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 없어…민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기각될 것"
동성 커플 11쌍이 동성 간의 혼인신고를 가능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에 나선다. 이들은 이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현행 민법은 동성 커플의 평등권·행복추구권·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 아닌 만큼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동성혼을 금지한다'는 법률 조문도 존재하지 않기에 행정 당국의 동성혼 불수리 처분 입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 수렴을 전제로 한 입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모두의결혼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결혼 법제화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송에 나서는 22명은 동성 애인과 장기간 함께 살고 경제 공동체를 구성하는 등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구청에 혼인신고를 냈지만 거부 당했다고 한다.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전국 법원 6곳에 혼인신고 불수리(不受理)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지난 11일 제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후 이성 간 혼인만 허용하는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려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동성혼 법제화를 목표로 소송이 제기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는 동성 배우자와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다가 '불수리' 처분되자 2014년 법원에 불복 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1심에서 각하 결정됐고 항고 역시 기각됐다.
모두의 결혼 측은 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혼인평등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사법부에서 혼인신고를 거부했던 행정당국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헌법재판소 역시 큰 틀에서 기존 입장의 변화를 밝히진 않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법 조문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하기보단, 민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요건을 엄격히 따져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동성혼을 금지한다'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과거부터 여론을 반영해 판단할 때가 있다. 그러나 동성혼 법제화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기에 사법적 판단을 받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한 뒤, 입법화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설령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여론 수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혼 법제화를 진행하게 된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기에 '옳은 해결 방법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대중이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은 "현행 민법 제807조는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812조는 혼인은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해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혼인을 남성과 여성이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없다는 의미"라며 "그렇기에 '민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문 변호사는 "다만 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인간의 행복추구권, 평등권과 더불어 현재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인용될 수도 있다"며 "동성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