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신뢰" 잇따른 사고 지적
가계부채 관리 과정 역할론 언급
'부당대출 책임' 임종룡 묵묵부답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그룹 회장단에게 금융의 본질은 신뢰라고 강조하며 철저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최근 우리금융에서 불거진 전직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 등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최근 횡령, 불완전판매와 같은 금융사고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는 사안"이라며 내부통제 관리를 당부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350억원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관련 질의에 대해 "금융위원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경영진 거취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라"며 책무구조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시범운영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대한 비판도 언급하며, 금융권의 상생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지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주 차원에서의 철저한 가계부채 관리도 당부했다. 그는 "대출, 지분투자 등 금융지주 차원의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이 GDP 증가율 범위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DSR 중심의 관리 기조하에 가계부채 증가추이나 양상에 따라 준비돼 있는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근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고객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체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금융그룹차원에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부통제 문화 정착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서 조직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김 위원장 외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황병우 DGB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단은 약 1시간 10여분간 금융지주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부당대출 사건 발생 이후 첫 공식석상에 등장한 임 회장은 김 위원장의 대각선 왼쪽에 앉아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했다.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과 회장단은 차례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선후배인 금융위원장과 임 회장도 별다른 얘기 없이 간단한 악수만 하고 퇴장했다. 임 회장은 2015년 5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임 회장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앞서 20일 전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부당대출 관련 검찰) 수사와 조사를 잘 받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성실히 (조사를) 받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말한 바 있다.
부당대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금감원은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이날 마무리하고 다음달 2일부터 정기검사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