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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한 눈에'…서울 강동구의 어린이보호구역 [데일리안이 간다 69]


입력 2024.08.02 05:14 수정 2024.08.02 05:14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정부·지자체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예방 대책 내세우지만 여전히 사고 빈번

강동구, 황색·적색 적극 사용해 운전자의 시각적 인식 수단 강화…경각심 고취

전문가 "보호구역 노면에 적·황색 도색하면 안전 운전 유도에 매우 효과적"

시민들 "보호구역 내 불법주정차 단속 더욱 확대해야…운전자 위한 정비도 필요"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신명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이 정비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정부와 지자체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속도 제한 등 다양한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동구는 지역 환경을 고려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 정비 사업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시각적으로 곧바로 인식할 수 있는 적색과 황색을 노면에 적극 사용해 운전자들의 시각적 인식 수단을 강화하고 있었다.


데일리안은 1일 어린이보호구역 재정비를 진행한 서울 강동구 일대를 찾았다. 구가 내놓은 조치의 핵심은 운전자의 '시각적 인식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재정비를 마쳐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려주는 안전표지 등은 운전자에게 한 눈에 띌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설치돼 있었다. 또 학교 주변 100여m 내외에는 도로의 노면을 적색으로 칠해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또 군데군데 보행자를 위한 바닥 신호등과 옐로우 카펫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동구 길동 일대에서 택배 운송업을 하는 김모씨는 "도로 노면이 빨갛게 칠해져 있으니까 확실히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어 좋다. 또 빨간색이라 눈에도 잘 띈다"며 "민식이법이 생긴 이후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할 때마다 긴장하며 운전한다. 운전자들을 위해서라도 어린이보호구역이 안전하게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강동초 인근에는 바닥 횡단보도 안내등, 옐로우 카펫 등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전재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기존에도 표지판으로 시작점과 종점을 표시해 왔지만 잘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운전자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종점 표시가 필요하다"며 "보호구역 기·종점을 알리는 중요한 부분을 적색 노면으로 칠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안전 운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도로 노면을 적색으로 표시하는 것과 신호등을 노란색으로 도색하는 것은 야간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인천에서는 신호등을 노란색으로 도색한 후 사고율이 29% 정도 줄었다는 결과도 나왔다"며 "운전자들이 보호구역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기·종점 표시를 한다면 사고율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동구는 색상이 잘 식별되지 않는 야간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데, 지난 6월 명덕초 어린이보호구역 등 12개소에 '활주로형' 횡단보도 설치를 완료했다. 횡단보도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LED 유도등을 매립해 야간 시간대 횡단보도의 시인성을 높이고, 운전자·보행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시설물이다.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한 차량이 불법주차를 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시설 개선도 필요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의 큰 원인으로 꼽히는 불법 주정차를 더욱 강력하게 단속해야 목소리도 높았다. 강동초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 임모씨는 "어린이보호구역 정비를 해주는 건 학부모로서 환영할 일이다. 확실하게 정비해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이 동네가 골목이다 보니 곳곳에 불법주정차를 한 차량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도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는 지난달 길동초·신명초·고덕초·강일초·강솔초 등 관내 5개 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을 위해 강동초 주변 통학로의 보도폭을 기존 1.0m에서 2.0m로 확장하고 노후된 도로를 재포장하기로 하는 한편, 보호구역 내 차량 서행 유도를 위한 적색 미끄럼방지포장 등 교통안전시설도 보강할 예정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적용 단속 중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달린 신호 과속 단속 장비.ⓒ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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