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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타결에도 기아 교섭 난항…'평생 차량할인' 다시 쟁점


입력 2024.07.15 11:12 수정 2024.07.15 11:1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사상 최대 성과금 등 임금성 부분 현대차와 동일 수준 합의할 듯

단협은 평생사원증, 가족 우선채용, 복리후생 등 쟁점사항 많아

업무중 사망 외 장애까지…자녀 외 배우자까지 '우선채용' 대상 확대 요구

기아 노사가 2023년 7월 6일 경기도 광명시 오토랜드 광명에서 2023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임협)을 무분규로 조기 타결하며 노사화합 분위기가 형제 회사인 기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통상 두 회사는 임금성(기본급, 성과급 등) 부분에서는 사실상 동일한 조건에 교섭을 마무리지어온 만큼, 한쪽의 교섭 타결은 다른 쪽에도 긍정적 신호가 된다.


다만, 올해는 기아가 임금협상 뿐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진행하는 임단협 시즌으로, 노조의 요구안에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단협 개정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2022년 폐기된 ‘평생 차량할인’ 조항 원상복구 여부가 노사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본교섭과 두 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오는 16일과 18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각각 3, 4차 실무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교섭에서 기아 노사는 임금성 부분에서는 지난 12일 현대차 노조 찬반투표 가결을 통해 최종 타결된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 등과 동일한 조건에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지급하기로 한 주식 25주도 기아 주가 등을 감안해 총액 기준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타결이 늦은 쪽의 조건이 좋을 경우 다른 쪽 노조의 반발로 다음해부터 양쪽 다 교섭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매년 같은 조건에 타결해 왔던 관례가 있다. 더구나 올해는 현대차 노사의 교섭 결과가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사상 최대의 임금 보상이라는 평을 얻고 있어 노사 모두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단협의 경우 기아 노조가 다수의 단협 조항 개정을 요구하고, 사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퇴직자 평생 차량할인 단체협약, 이른바 ‘평생사원증’ 복원이다.


기아는 2022년까지만 해도 현직 직원 뿐 아니라 퇴직자에 대해서도 2년에 한번씩 30%의 차량 할인을 평생 보장해주는 복지제도를 운영했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의 자사 차량 구입을 보조해준다는 취지와 달리, 본인 명의로 가족 차를 구입하거나, 심지어는 주기적으로 ‘가욋돈’을 챙기는 용도로 활용됐다. 2년에 한번씩 30% 할인된 가격에 최고가 모델을 구매한 뒤 정가에서 감가가 거의 없는 상태로 중고로 팔아 차익을 남기는 식이다. 특히 퇴직자에게는 노후에 주기적으로 목돈을 쥐는 쏠쏠한 용도였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원 평생할인이 소비자 구매부담을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회사 입장에서도 3만여명의 직원에 더해 수만명의 퇴직자까지 계속해서 할인혜택을 챙기느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2022년 임단협에서 사측이 폐지를 요청했다.


노사간 줄다리기 끝에 차량 할인혜택을 기존 2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꾸고 평생 할인에서 75세까지 할인으로 축소하며, 할인율도 기존 최대 30%에서 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대신 기존 할인혜택에서 제외됐던 전기차 할인을 2025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문제는 형제 회사인 현대차는 기아의 단협 조정 이후에도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 제도를 유지한 것이다. 당시 기아 노조 집행부는 큰 반대급부 없이 퇴직자 복지혜택을 빼앗겼다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말 새로 들어선 현 노조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가 내준 ‘평생사원증’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임단협에서 이 부분이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사측으로서는 가까스로 벗어난 차량 평생할인의 부담을 다시 짊어질 이유가 없기에 노사간 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 전경.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노조는 또 ‘고용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자녀 우선채용 조항도 일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당초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이나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고용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교섭에서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부분은 삭제하는 대신, ‘재직 중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변경했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우선 채용 대상에 ‘배우자’를 포함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 외에 6등급 이상 장애를 입은 조합원 가족까지 특별 채용하도록 다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상여금 연 900%, 명절 귀향교통비 200만원, 주간연속 2교대 100만포인트 평균임금산정시 포함 등도 노조의 단협 개정 요구안에 포함됐다.


상여금 900%의 경우 현대차 노조 요구안에 포함됐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상여금 인상은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각종 비용 상승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사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노조는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 출시를 앞두고 직원용 차량에 픽업트럭을 포함시키고 무이자 금액 및 할부 기간을 늘려달라는 내용의 단협 개정도 요구했다. 그밖에 경조금, 경조휴가, 자녀교육비, 병원비 등 각종 복지혜택을 대폭 늘려줄 것도 요구사항에 넣었다.


사측은 그동안 교섭에서 이같은 단협 개정 요구에 단 하나의 조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15일 자체 소식지 ‘함성소식’을 통해 “사측의 입장만 고수하는 교섭을 이어간다면 노조는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간주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임단협 교섭과 별개로 진행 중인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노조는 대규모 신규 인원 충원, 전기차 배터리와 PE 모듈(모터‧인버터‧감속기 등이 결합된 전기차용 핵심 부품) 사내 생산, 고용안정을 위한 공장별 추가 차종 투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고용안정위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올해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이들 요구안도 교섭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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