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88)가 무릎 치료를 위해 7년 만에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이 주목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달라이 라마는 리무진을 타고 자신이 묵을 맨해튼 호텔을 향해 가면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호텔 주변에는 달라이 라마를 보기 위해 몰려든 환영인파 1만여명이 몇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북새통을 이뤘다. 차에서 내린 달라이 라마는 측근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입구까지 걸어갔다.
달라이 라마 측에 따르면 그의 미국 방문은 무릎 치료가 목적이다. 달라이라마는 수년 전부터 무릎의 이상을 겪어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태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의 무릎 통증은 노령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상에는 문제가 없으나 장거리 이동 등이 어렵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2017년 6월 뉴욕 메이요 클리닉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바 있다.
달라이 라마의 방문은 티베트 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소로 재점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 연방하원은 이달 중순 ‘티베트 중국 분쟁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티베트가 오래전부터 자국 영토였다는 중국 주장을 부정하고, 티베트에 관한 중국의 선전과 주장에 대응하는 지금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마이클 맥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으로 구성된 초당적 의회 대표단이 19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찾아 달라이 라마와 회담하고 주민들에게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런 만큼 달라이 라마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 정계 인사들과 만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이전 방미 때 미 대통령과 회동한 적이 있으나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는 만난 적이 없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 인사가 아니라 종교의 외피를 쓴 채 반중국 분열활동에 종사하는 정치적 망명자”라며 “미국이 반중국 분열의 본질을 충분히 인식해 시짱(티베트) 관련 문제에서 외부에 잘못된 신호를 발신하는 것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 사후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수백 년 동안 이어왔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제14대로, 1940년 즉위했다. 1959년 독립 봉기를 주도하다 실패한 뒤 다람살라로 넘어가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