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 사이에 남겨진 반려견 놓고 소유권 분쟁…2심서 최초 분양자 승소
법조계 "현행법상 소유권 포기 및 증여 합의서 작성 안 했다면 분양자 소유"
"'기른 정'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 늘고 있지만…아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
"대법, 소유권 이전에 대한 법적 부분만 확인…상고심서 뒤집힐 가능성 낮아"
반려견을 최초 분양받은 사람과 실질적으로 기른 양육자 사이에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고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 분양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증여하지 않는 이상 최초 분양자의 소유권이 유지된다면서 상고심에서도 실질적 양육자가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 '기른 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 현행 법은 동물을 물건 취급하며 소유의 개념으로만 보고 있어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30일 A씨가 아들의 전 여자친구 B씨를 상대로 무단으로 데려간 반려견을 돌려달라며 낸 유체동산인도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의 아들과 교제하던 B씨는 2017년 8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B씨는 분양 12일 만에 A씨에게 20일 동안 맡기는 등 3년 여간 수시로 반려견을 맡겼다. 2020년 8월 B씨가 "이사를 하게 돼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기 곤란하다"면서 A씨는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맡게 됐다.
문제는 A씨의 아들과 B씨가 결별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지난해 2월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데려갔고 A씨는 B씨가 무단으로 반려견을 데려 갔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1심은 "반려동물은 물건과 달리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교제가 끝났다는 이유로 동물을 데려가면서 30개월 동안 유지된 유대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괴한 점 등을 종합하면 B씨는 A씨에게 동물을 증여했거나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명시적으로 A씨에게 증여하겠다거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뒤집었다. 이 사건은 A씨의 상고에 따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게 됐다.
동물법 전문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법원에서는 동물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소유권이 이전된 흔적은 있는지 등 여러 정황을 통해 판단한다"며 "증여나 소유권 포기가 이뤄졌다는 계약서가 없다면 기본적으로는 원래 소유자가 당연히 소유권을 갖는 것이 맞지만 실질적 양육자가 동물등록증상 소유자이며 사육비, 치료비 등도 부담해왔다면 승소를 위한 유리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1·2심까지는 사실관계를 다루지만 3심은 법률심이므로 소유권 이전에 대한 법적인 부분만 확인하는 만큼 실질적 양육자인 A씨가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법리적으로 따지면 현행 법상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증여하지 않는 이상 원래 주인이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것이 맞다"며 "최초 분양자가 학대를 했다거나 혹은 소유권을 포기한 의사나 정황이 있지 않다면 2심의 판단이 옳지 못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려동물이 누구를 주인으로 인식하는지, 누구와 얼마나 감정적 교류를 해왔는지도 판단 요소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하고 '기른 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해외에서도 관련 판례가 느는 추세지만 아직 우리 법은 동물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는 만큼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소유권 양도 합의서나 계약서를 미리 상호 간에 미리 작성해야 이같은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반려견은 법적으로 '유체동산'(형체를 가지고 있는 움직이는 재산)에 해당하고 생물이라고 하여 특별히 '기른 정'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1심에서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언급한 것은 B씨가 소유권을 포기하였거나 A씨에게 증여할 의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된 사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소유권 포기 또는 증여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으로 상고심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