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피해자 측에서 신상공개 동의한 적 없어…유튜버가 사실상 2차 가해한 셈"
"유튜버, 기존 언론과 달리 '비위 의혹' 터뜨릴 때 기본적 검증 거치지 않고 방송"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유튜버 방송에 대한 검열·검증 강화할 필요 있어"
"1인 매체 중심으로 한 사적 제재 많아지면…사회서 약속한 '법' 만든 의미 없어져"
최근 한 유튜버가 2004년 있었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며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피해자 측에서 가해자 신상공개에 동의한 적이 없는 만큼 사적 제재의 정당성이 없다며 유튜버가 사실상 2차 가해를 한 셈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유튜버들은 기존 언론과 달리 비위 의혹을 방송할 때 기본적인 검증도 거치지 않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이에 대한 검열과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튜버 '나락 보관소'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한 가해자가 근무하던 식당은 최근 누리꾼들의 별점 테러로 문을 닫았고, 다른 가해자는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는 "내 채널에서 나머지 가해자 42명에 대해 전부 다룰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유튜버가 나서서 사적 제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조회 수를 올리려는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 측에서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며 "실제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유튜버가 2차 가해를 한 셈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물론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공익 목적이 있으면 위법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며 "그렇기에 '순수하게 공익적 목적으로 영상을 게시했느냐'에 대한 해명을 유튜버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유튜버가 영상을 내리더라도, 피해자의 명예가 이미 훼손된 상황이기에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유튜버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의 여자친구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일샵은 피해를 보았다"며 "사적 제재로 인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에 지금이라도 영상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준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번화)는 "언론의 경우 비위 의혹을 보도할 때, 기본적인 검증을 거치고 보도한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조회수가 나오는지' 여부를 놓고 방송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사적 제재가 많아지면, 사회에서 법을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관에서 유튜버들에 대한 검열·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법리적인 측면에선 유튜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유튜버의 사적 제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에서도 유죄 처벌을 내림에 있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를 유튜버라는 한 개인이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밀양 성폭행 사건은 애당초 사건이 발생했던 2004년도에 수사기관에서 미온적 수사를 했는데, 네티즌들은 이 부분에 대해 격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적 공분을 없애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