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회서 지난달 여고생 피투성이 사망…신도 및 합창단원 학대치사 송치
법조계 "장기간 피해자 지속적·조직적 학대…아동학대치사, 살인죄 준하는 처벌"
"범죄 계획성 및 비난할 만한 동기 등 가중요소로 작용하면…징역 최소 7~15년"
"'살인의 고의' 인정되면 무기징역도 가능하지만…아동학대살해죄, 증거·목격자 없어 입증 어려워"
인천의 한 교회에서 여고생이 신도의 학대로 온 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신도에 이어 교회 합창단장과 단원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숨질 때까지 장기간 조직적·계획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분명한 만큼 실형은 물론 사실상 살인죄에 준하는 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될 경우 징역 20년형 이상 최대 무기징역 처벌도 내려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한 교회 합창단장 A(52·여)씨와 단원 B(41·여)씨의 죄명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17)양을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온몸에 멍이 든 채 교회 내부 방에 쓰러져 있던 C양은 두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결박된 흔적도 보였다. 경찰은 앞서 C양과 함께 지내던 신도 D(55·여)씨의 학대로 C양이 숨진 것으로 보고 그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어 D씨의 범행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교회 설립자의 딸이자 합창단장인 A씨와 단원 B씨도 학대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달 25일 이들을 서울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살인의 고의성은 없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과 범행 정황 등을 보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학대를 이어온 것으로 판단된다. 아동학대치사는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만큼 초범이라도 실형은 물론 사실상 살인죄에 준하는 꽤 중한 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학대를 받다 사망까지 한 사건인 만큼 국민 법감정상 살인죄로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나, 오히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받기 어려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 보다는 유죄를 받기 수월한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며 "아동학대치사죄 처벌은 최소 5년에서 무기징역으로, 살인죄에 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양형 기준은 4~8년이다. 아울러 비난할 만한 동기, 조직적인 학대, 계획적 범죄 등이 고려되면 가중될 수 있고 이 경우 7~15년이 양형 기준이다"며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어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된다면 20년 이상, 무기징역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피해자가 결박된 흔적에 온몸에 멍 자국이 있었다는 증거만으로 고의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살해 원인이 밝혀지면 방법 등을 통해서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결박 및 폭행 이유가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으나 정황상 고의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학대살해죄는 범죄의 특성상 범행이 가정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