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24일 회사서 반려견 안락사…담당 수의사,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해
법조계 "병원서 진료하는 게 원칙이지만…권고사항일 뿐 법률로 규정된 건 아냐"
"식약처 보고 여부 쟁점 될 것…기소되면 징역 2년 혹은 2000만원 이하 벌금형"
"진료 목적 마약류 반출 처벌 대상 아니지만…기록 누락시 업무정지 명령 가능"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9) 보듬컴퍼니 대표의 반려견 레오를 '출장 안락사' 시킨 수의사가 현직 수의사에게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사건의 핵심은 마약류를 동물병원 밖으로 무단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의사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인 만큼 진료 목적으로 마약류를 반출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식약처에 반출과 사용 여부를 보고하지 않았다면 기소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두현 동편동물병원 원장은 전날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강 대표의 반려견 레오를 동물병원 밖에서 안락사시킨 수의사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고발장엔 A씨 등이 레오 안락사 당시 마약류를 동물병원 외부로 무단 반출해 전신마취한 뒤 안락사 약물(T61)을 연이어 투약한 혐의에 대해 수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인은 "(안락사에)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 같은 위험한 약물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약물 유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 허가를 받았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어 "셰퍼드의 몸무게(30~40kg)를 고려할 때,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레오에게 주입하여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성인 3명 이상이 죽을 가능성 있는 많은 양을 써야 한다"며 "동물병원 외부로 마약류를 반출하게 하면, 약물 살인, 마약중독 범죄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 대표는 지난 24일 나이가 많고 치료할 수 없었던 레오를 회사에서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이후 원칙적으로 동물 진료는 대한수의사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물병원 내에서 하도록 돼 있다며 '출장 안락사' 논란이 일었다.
동물법 전문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동물 진료는 시설 갖춰진 병원에서 진료하는 게 원칙이지만, 권고사항일 뿐 법률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이에 고발인은 안락사 행위가 아닌 절차에 대해 문제를 삼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고발건의 쟁점은 레오를 안락사 한 수의사 A씨가 약물 반출과 사용을 식약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제대로 보고했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A씨가 식약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고 마약류를 반출했다면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라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대부분 약식명령으로 소액의 벌금형이 나오는 추세다"라고 부연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한주현 변호사는 "수의사들은 법적으로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 분류된다. 관리법,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가 동물 진료 목적으로 마약류를 외부에 반출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수의사들은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사용 시 진료부에 약품명과 수량을 적고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는 등 보고해야한다. 이를 누락하는 경우 형사처벌 혹은 관련 업무 정지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출장 안락사 자체는 법률적인 측면에서 문제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골이나 가축을 키우는 곳에서는 관례적으로 종종 해왔던 일인 만큼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레오의 경우 대형견이고 장애도 있었던 만큼 동물병원 이동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가 안락사를 결정했다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