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은 우리 행정부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일"
尹 입장 발표 비판 여론 희석하고 책임 통감
한덕수 국무총리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참패 이후 7일 만에 내놓은 입장은 '반성과 쇄신'이었다. 국정 개선 방향과 여당과 협치 필요성, 사의를 표명한 배경과 개혁 추진 소회를 밝히며 행정부 전체 책임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받았던 '불통'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답했다.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총선 참패 직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그동안 국정에서 대단히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또 "국민께서 표출해주신 민의를 굉장히 심각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한 반성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한 총리는 여당이 패한 요인에 대해 "정부 개혁과제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여야 정치권에서 협조해주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협조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며 "정부가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쳐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통령의 명에 의해 내각을 총괄하고 있는 총리로서,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사의를 표명한 배경도 설명했다.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는 "그 길은 열려있고 어떤 시기에 어떤 의제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대통령실에서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안 돼서 모두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이자 국정 2인자인 한 총리의 지난 임기를 살피면 '돌파' 혹은 '수습'이라는 키워드로 가늠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도어스테핑 중단'과 별개로 정기적으로 언론과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 전반을 지휘했다. 경제계를 살리기 위한 규제개혁에도 힘을 쏟았다.
좋지 않은 결과도 있었다. 한 총리는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많은 BIE 회원국을 방문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모든 시정을 엑스포와 연결해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올인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 대한민국 부산 29표라는 큰 표 차이가 나면서 유치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됐다. 한 총리는 외교 전략 원점 재검토로 수습책을 모색했다.
지난 16일 총선 참패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내용에서도 형식에서도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진중한 사과보다는 '하고 싶은 말'에 치중됐다는 평가에서다. 이날 한 총리가 나서서 '행정부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낸 것은 대통령을 향한 세간의 비판을 희석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 총리는 이날 '대통령의 불통'이 총선 패배 원인이라는 지적에 "불통은 우리 행정부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어떤 정책이든 그에 대해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행정부가 이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로 보이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보완했다고 본다"며 "야당과의 협치 의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