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파주 20대 남녀 사망사건서 금품 노린 계획범죄 정황 다수 확인
법조계 "강도살인·사기미수 혐의 특정될 가능성 커…구체적 행적 파악해야"
"경찰, 범행 정황 밝힌 뒤 가담자 여부 파악하는 쪽으로 수사방향 잡을 것"
"가해자 숨져 불송치 종결 유력…유족 피해회복 위해 실체적 진실 발견돼야"
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서 남녀 4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남성들이 금품갈취 목적으로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다수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강도살인 또는 살인, 사기 미수 등 혐의가 특정될 것이라며 사건 전후 가해자들의 구체적 행적과 공범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가해자들이 사망하였고 가담자 존재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공소권없음'에 따른 불송치 결정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포렌식 자료 분석 중 해당 정황이 나와 수사 중"이라면서 "두 가해 남성의 공모 정황, 관련 (인터넷) 단어 검색, 범행 도구 준비, 피해자 유인 정황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망한 남성 2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숨진 여성 중 한명인 A씨의 지인 B씨는 지난 8일 오후 10시 30분께 A씨 계정의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빠"라고 부르며 일을 준비하다가 잘못돼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통화가 이뤄지자 한 남성이 "A씨가 지금 일이 잘못돼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B씨는 "돈이 없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대화 내용은 숨진 남성 중 1명인 C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파악됐다. B씨와 통화한 사람이 C씨였다. 아울러 남성 C씨와 D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계획범죄로 볼만한 정황들이 다수 나왔다. 범행 3일 전 인터넷으로 '자살'을 검색했으며 당일날인 8일 '사람 기절', '백 초크' 등 단어를 검색했다. 사전에 범행 도구인 케이블 타이와 청 테이프 등을 준비해 객실 안으로 들어간 사실도 파악됐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아직 수사 초기라서 구체적 혐의가 특정되지는 않은 것 같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강도살인 또는 살인, 사기 미수 등의 범행이 문제될 것이다"며 "포렌식 수사를 통해 가해자가 여성의 지인에게 사기 미수를 행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 외에 그날의 구체적인 행적도 밝혀야 한다. 부검을 통해 피해자들의 사인, 성범죄 피해 여부 등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가해자가 사망하였고 공범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기에 결국 사건은 '공소권없음'에 해당하여 불송치결정이 유력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숨진 까닭에 사실상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며 "결국 사건 당일뿐만 아니라 그 전의 행적 등도 살펴봐야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현재 피해자들의 사인과 범행 정황이 어느 정도 파악되긴 했으나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해 남성들의 행적에 따른 범행 정황을 우선 확인하는 데 수사기관에서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 이후 수사 방향은 가담자 및 조력자 등 공범 여부를 파악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해 남성들이 사망해 공소권이 사라진 까닭에 공범이나 다른 사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수사는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입법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여죄나 공범을 발견할 기회를 막고 피의자 사망 원인에 대한 규명 가능성을 차단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및 협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며 "또한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국가로부터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회복 등을 위해서도 수사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이 발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을 통해 피해자 유족 측에서 사망한 가해 남성들의 유족(상속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수사를 통해 얼마나 더 많은 혐의가 드러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며 "다만 가해자 유족 측이 상속포기를 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피해자 측은 보상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