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용적률·사업성 낮은 단지도 재건축 길 열리나
“재건축만 지원해주나…조합 혼란만 가중”, 불만 큰 리모델링 조합들
서울시, 재건축 지원 세부 방안 늦어도 5월 발표
서울시가 용적률 인센티브 및 공공기여 완화 등 재개발,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한 당근을 내놓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미 높은 용적률로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을 선택했는데 시에서 재건축 장려책이 연이어 발표되자 조합 내부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성이 낮고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재건축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우선 사업성이 부족한 비강남권 단지에 가구수와 지가, 과밀 정도 등을 고려한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해 현재 10~20% 수준인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20~40%까지 늘려준다. 그렇게 되면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 부담이 줄고 일반분양 물량은 늘어날 수 있다.
역세권 지역은 준주거지역(법적상한 용적률 500%)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해주고 종상향 시 공공기여 부담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해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용적률을 부여하는 곳을 구체화해 적용키로 했다.
특히 과거에 높은 용적률로 지어져 현행 조례나 허용용적률을 넘어서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단지들에 대해서도 현황용적률(건축물대장상 기재돼 있는 용적률)을 적용하고,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추가용적률도 부여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1990년 이후 지어진 고용적률 단지 149곳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은 서울시의 발표에 불만이 크다. 리모델링 규제는 조이는 반면 재건축 규제만 풀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완화책이 발표될 때마다 조합 내부에서 잡음이 발생하면서 괜히 사업에 걸림돌만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가 있고난 뒤 조합원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해오던 리모델링을 멈추고 재건축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었다”며 “사실 용적률을 많이 높여줘도 공공기여 때문에 사업성을 확보해 재건축으로 갈 수 있는 단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만 풀어준다고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택법에 따라 리모델링은 공공기여 없이도 추진할 수 있는데 괜히 재건축으로 선회했다가 늘어난 용적률만큼 공공기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게다가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해오면서 지출한 비용이 이미 수억원인데, 재건축으로 선회하면 매몰비용이 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원 방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늦어도 올해 5월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개략적으로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세부적으로 다듬을 내용들이 있다”며 “보수적으로 5월쯤, 빠르면 다음 달 중으로도 세부 내용들이 정해지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규제 완화가 아무래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을 때 유리한 점이 많다”며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공기가 단축되거나 비용이 재건축에 비해 크게 낮은 편도 아니어서, 이번 방침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면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