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HBM 1등 경쟁력 유지" 자신만만
삼성전자 "올해 HBM 출하량, 전년 대비 최대 2.9배"
기술 뿐 아니라 생산능력(캐파), 추가 고객사 확보도 관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현재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모두 올해 출하량 상향을 예고하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7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에는 전체 D램 판매 중 HBM 판매 비트(bit) 수가 한 자릿수 %에 불과했다"며 "올해는 HBM 비트 수가 전체 D램 판매 중 두 자릿수로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둔화로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장이 형성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빠른 연산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HBM이 AI 시장의 필수품이 되면서다.
생산에서 SK하이닉스는 경쟁사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치고 나갔다. 엔비디아 AI 칩인 H100에 최적화한 4세대 HBM 'HBM3'를 가장 먼저 내놓으며 승기를 잡았다. 지난주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5세대 'HBM3E' 역시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는 향후 2~3년간 HBM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관련,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곽노정 사장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내용들이 있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내년에도 HBM 수급은 타이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Business 사업부도 신설한 상태다. 지난 연말 시행한 2024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 AI 인프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Infra' 조직을 신설했고 산하에 HBM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SK하이닉스 측은 28일 "제품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HBM 선도 기업 지위를 지킨다는 회사의 의지"라고 새 조직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후발주자 삼성전자 역시 올해 HBM 출하랑을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늘릴 가능성을 밝히고 나서며 발빠른 추격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의 HBM3E를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시장 주도권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12단 36GB HBM3E 개발 성공을 알리며 1등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8단 24GB HBM3E 대량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특히 현재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인 만큼, 업체의 생산능력에 따른 향후 시장 순위 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까지 기술력에선 SK하이닉스가 앞섰지만, 생산 능력은 삼성전자가 월등히 높다. HBM에서 패키징 기술이 중요한 것도 턴키(일괄 수주 및 생산)이 가능한 업체인 삼성에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엔비디아 외 오픈 AI, 메타 등 빅테크 CEO들이 한국 메모리 업체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HBM을 둘러싼 시장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 2024'에서 자사가 지닌 CXL 기반 메모리와 함께 HBM을 선보였다. 이 행사에서 삼성은 올해 HBM 출하량을 전년 대비 최대 2.9배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황상준 삼성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부사장은 "고객사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