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불만 고조 "속도제한이 시속 20㎞, 가속페달 거의 밟지 않아야 하는 수준"
"서로 반대방향 겹쳐 지나가는 경우 있어도 속도 과도하게 올리지 않아…시속 20km 제한 의문"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시야 가려 아이들 움직임 미리 확인하지 못해 사고 나는 경우가 다반사"
실제 서울시 스쿨존 사고 28%, 불법주정차 차량 등에 가려 운전자가 아이들 발견하지 못해 발생
현재 전국적으로 간선도로는 50㎞/h, 이면도로는 30㎞/h로 속도를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을 시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도로폭이 8m 미만이라 보도를 설치할 수 없는 좁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이면도로인 경우에는 제한속도를 30㎞/h에서 20㎞/h로 낮추는 '서울형 스쿨존 532' 사업을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서울 시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76%가 좁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시행 중인 곳은 현재 123곳인데, 올해부터 50곳이 추가로 지정된다.
비현실적인 거북이 운전 강요에 운전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로에서 기자가 만난 주민 안모(32)씨는 "속도제한이 시속 20㎞란 건 가속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야 하는 수준"이라며 "학교 주차장이 협소한데 등하원을 위한 학원 차량 등 불법 주정차가 많아 속도에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시야확보가 돼야 사고를 줄이는데 갈림길에 거울이 설치 돼 있지 않는 것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때 기자 앞으로 서행하면서 다가온 차량 2대의 후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길을 걷던 초등학생 강모(10)군은 "엄청 느려요"라며 "제가 달려도 (자동차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구간은 제한최고속도가 시속 20㎞인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이면도로'였는데, 전체 구간이 220여m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보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아 자칫 차량과 부딪히기 쉬워 보였다. 도로변에서 110m 안에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100배 더 위험"
운전 경력이 5년인 성산동 주민 이모(34)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교할 때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차량 운행 속도보다는 오히려 불법 주정차가 100배 더 위험하다"며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 아이들 움직임을 미리 확인하지 못해 사고 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통행 도로라 차량이 위에서 내려오는데 이면도로에서는 우회전하려 할 때 차가 보이지 않아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스쿨존 사고의 28%는 도로변 불법주정차 차량 등에 가려 운전자들이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해 발생했다.
이날 기자가 접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이면도로에는 실제로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0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도로에서 주·정차는 전면 금지됐지만 사문화된 법처럼 지키는 사람이 드물었다. 인근 주민 이모(34)씨는 "건물에 주차공간이 협소해 주차를 하지 못해 집 앞에 잠깐 차를 세웠다가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그새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정차 단속안내장이 붙어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범칙금 10만원이 나왔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일반 주정차금지라서 5만원이면 됐을텐데 낮에는 범칙금이 너무 비싸 이후엔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택배기사 최모(39)씨는 "물건을 배달하는 시간은 겨우 2~3분인데 차를 주차하지 못하면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며 "차량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단속 과태료는 2배라 10만원인데 그렇게 되면 우린 일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무인단속이나 구청 관계자들이 돌아다닐 때 단속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때는 이의제기를 하면 정상 참작을 해주는 편"이라며 "아예 택배기사 차량은 그냥 지나친다. 될 수 있는대로 물건을 금방 갖다주고 빨리 출발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 "'민식이법' 이후 처벌 너무 커 운전자 보험 들었어요"
성산동에 거주하는 신모(50)씨는 "차가 빈번하게 다니는 구간이라 서로 반대방향으로 겹쳐 지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속도를 과도하게 올리는 사람은 없다"며 "그런데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할 필요까지 있는지 의문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구역에서 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와 차량과 부딪혀 사고가 나면 '민식이법' 이후 너무 큰 처벌이 나와서 운전자 보험을 들수 밖에 없었다"며 "변호사 선임비와 합의금 등 보장내역이 자꾸 바뀌어 벌써 2번이나 보험을 바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