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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000원…서울 자치구 첫 '어린이 영어놀이터' 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40]


입력 2024.03.20 05:08 수정 2024.03.20 05:0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동작구 사당동 까치어린이공원 안에 조성…아이들, 원어민 강사와 영어로만 대화

3개 벽면에 영상 펼쳐지는 버추얼 큐브실, 어린이 체험 인기…학부모들 "말문 트였다"

과학·미술·요리 수업도…"집으로 가져온 현미경으로 나뭇잎 한 번 더 관찰"

"月35만원 사교육비 드는데 배운 영어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11세까지 대상 늘려줬으면"

19일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 버추얼 큐브실(가상공간실)에서 소방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매년 커지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특히 영어같은 외국어는 언어중추가 활성화 된 어린시절에 시작해야 습득 속도가 더 빠르다. 이로 인해 영어유치원을 보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동작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어린이 영어놀이터'를 조성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곳의 '놀이로 쉽게 배우는 영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은 원어민 강사와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즐기며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있었다.


19일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 1층에서 어린이들이 원어민 강사와 영어로 단어 게임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19일 데일리안은 동작구 사당동 까치어린이공원(동작대로9길 35) 안에 조성된 영어놀이터를 찾았다. 이 곳은 전체 면적 116㎡(약 35평)인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어린이 영어놀이터 1층으로 들어서니 영어 원서, 영어 보드게임, 영어 동영상, 오디오 북 등이 놓인 놀이 공간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원어민 강사와 오직 영어로만 대화해야한다. 원어민 강사가 "where is a banana?(바나나는 어디에 있어?)"라고 묻자, A(4)양은 손으로 바나나를 가리켰다. A양의 엄마 B씨는 "아이가 영어 수업이 없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영어에 노출을 해주면 좋다고 해서 와봤다"며 "아이가 대화에 집중을 잘하고 선생님에게 잘 붙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2층에는 3개 벽면에 영상이 펼쳐지는 버추얼 큐브실이 있었다. 영어 원어민 강사 2명이 아이들과 영어로 특별 활동 수업을 한다. 이날 버추얼 큐브실에선 어린이 3명이 소방관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원어민 강사가 게임 기기로 화면을 향해 불을 끄도록 유도하며 "play out the fire(불을 끄다)" "you can do it(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전군(5)은 "불 나오는데 소화기로 친구들하고 불 끄고 재밌었다"며 "친구들이 춤을 췄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 1층에서 원어민 강사가 프로그램 안내를 영어로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영어로 말 전혀 못하던 아이였는데…인삿말은 해요"


영어놀이터는 과학·미술·요리 수업도 운영한다. 4번째 이곳을 방문한 한모(37)씨는 "버추얼 큐브실 외에도 과학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게 있는데 그걸 집으로 가져와 나뭇잎을 한 번 더 관찰하고 대단히 재밌어 했다"며 "일상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영어로 말을 전혀 못하던 아이였는데 영어 놀이터에서 조금 트인 것 같다. 인삿말 정도는 영어로 하는 게 신기하다. 외국인을 어려워하지 않고 또래랑 같이 하다보니 영어를 재밌어 한다"고 전했다.


이 놀이터를 재방문한 학부모 이모(35)씨는 "아직 아이가 만4세라 영어를 아직 잘 하지는 못한다. 영어 놀이터에서 영어 체험식 수업이 괜찮은지 보려고 왔다"며 "사당동의 유명한 영어 학원에 5세 반이 있는데 벌써부터 대기를 걸어야 할 정도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저번 과학 체험 프로그램에서 만든 장난감을 집에서도 계속 잘 가지고 놀고 좋아했다"며 "앞으로 예약이 힘들어질 것 같다. 벌써부터 하원시간 이후나 주말 시간대는 예약이 어렵다"고 말했다.


만 3세 아이를 둔 안모(34)씨는 "동작구 사당동 안에 국공립 영어교육 시설이 없다보니 같은 동네 엄마들은 아예 서초쪽으로 영어 학원을 데리고 다닌다"며 "지금 아이가 알파벳 노래를 스스로 많이 부르고 있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우리는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닐 여력이 안 돼 처음 와봤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3학년 아들을 둔 장모(46)씨는 "학원에 가면 월 35만원 정도 학원비를 내면서 공부하는데, 배웠던 영어를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놀면서 쓸 수 있어 좋다"며 "11세까지 이용 대상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 1층에 영어로 된 영화를 상시 상영하는 시청각 위주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영어놀이터, 사교육 여건 안 되는 학부모들에 도움될 것"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체험형 영어 놀이터가 기존의 값비싼 사교육을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는 학원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가 두 개 언어를 동시에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영어 놀이터에서 같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체험해보면 되겠다"며 "취학 전 영어 교육을 시키고 싶지만 영어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가정의 아동을 우선적으로 영어놀이터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배려해준다면 학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어주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작구 영어놀이터 이용 대상은 동작구민 5~10세 유아·저학년 초등학생이다. 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한다. 지난 5일부터 22일까지 3주 간은 시범사업 기간이고 26일에 정식 개소될 예정인데, 정식 개소되면 1층 공간은 무료, 2층 프로그램 체험 시설들은 프로그램마다 가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관계자는 "정식 개소 이후 프로그램 체험 시설들의 이용료는 일단 2000원 정도가 기본이고, 쿠킹 클래스의 경우 재료비 때문에 2000원보다는 높게 책정되겠지만 5000원은 안 넘길 방침"이라며 "체험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 세분화하고 풍부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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