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민심은 다소 앞서…후보 지지율은 엇갈려
전문가 "부산 민심, '정권심판론'-민주 '공천 갈등' 사이 관망 중"
선거의 3요소에는 '인물·바람·구도'가 있다. 이 셋만 잡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오래된 속설이지만, 현재 PK에서는 '바람'이 아닌 '사람'만 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바람'은 '정권심판' '정부지원'과 같은 선거에서의 아젠다나 이슈 선점을 통한 분위기 형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부산 남구나 부산 북갑, 북을, 강서, 양산을 등 총 10석을 끼고 있는 '낙동강 벨트' 주요 격전지는 바람이 아닌 주요 인물들 중심의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남 양산을의 경우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박빙'의 싸움을 펼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전격 배치했다.
지난 9~10일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김태호 의원은 41%, 김두관 의원은 39%의 지지를 받았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6%,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자가 45%로 사실상 차이가 없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정권심판'이나 '정부지원' 그 어느 쪽으로도 바람이 불고 있지 않고 '김태호' '김두관'이라는 인물 경쟁력 중심의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선 중진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붙은 북갑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정부지원론이 정권심판론보다 소폭 앞섰지만, 인물 지지도에서는 전 의원이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이슈나 아젠다 선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9일 100%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부산 북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전 의원이 48%, 서 의원이 41%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44%로 국민의힘이 10%p가량 높았다. 대통령 직무평가에선 긍정평가가 44%, 부정평가는 51%였다. 정권심판론과 정부지원론에선 정부지원론이 소폭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밖에 격전지로 꼽히는 경남 김해을과 부산 북을, 강서, 남구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김해을에 조해진 의원을 배치해 현역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에 맞서도록 했다. 강서의 경우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과 변성완 민주당 후보가, 남구에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오로지 지역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각 당의 정치적 혼란이 이러한 현상을 야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 성과에 대한 평가와 잦은 비대위 체제로 빚어진 국민 피로감이 '인물' 중심의 선거 구도를 고착화 시켰다는 것이다. 야당의 경우 잇따른 탈당과 '비명횡사' 논란과 같은 공천 파동이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구도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으면 가장 흔들리는 게 보통은 부산이다. 근데 지금 보면 '정권 심판론'이 높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기는 하지만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천 갈등으로 인해 민주당의 분란도 커 보인다"며 "PK의 민심은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부산에서 3석을 민주당에 가져갔는데 현재 분위기로 본다면 수도권 민심이 요동쳐서 정권에 대한 부정 평가가 더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 그 3석은 민주당이 빼앗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소장은 "민주당이 지금 갈등이 수습되는 국면인데 이게 수습되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계속 낮아지지 않고 있다면 부산 민심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