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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보수세력 결집 위함인가? [데일리안이 간다 34]


입력 2024.03.08 05:08 수정 2024.03.08 05:0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 종로구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건립추진위 이어 오세훈 시장도 긍정적

시민들 의견, 찬반으로 팽팽…"개방감 문제 없어" vs "열린공간으로 그래도 둬야"

"건국 대통령 기념관 당연히 필요" vs "공원에 이데올로기 채우면 안 돼"

전문가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이승만 기념관 건립 계획 영향 받을 것"

7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장소로 서울 경복궁 옆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발족한 건립추진위원회가 이 부지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전제로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7일 데일리안이 찾은 송현광장은 낮은 담장이 둘러져 있고, 벤치 30여개 등 최소한 시설물만 배치돼 사방이 확 트여 있었다. 광장 안에는 100년 넘게 단절됐던 경복궁~북촌 보행로가 다시 이어져 있다. 이곳은 3만7117㎡ 규모로 일제강점기 때 조선식산은행 사택이었다가 광복 후 미군·미 대사관 숙소로 활용됐다. 이후 1997년 정부에 반환됐다가 2022년 7월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현재 2027년까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이 전시되는 미술관이 동쪽에 조성되고, 이승만기념관은 서쪽에 구상되고 있다.


이날 송현광장에 산책을 나온 인근 직장인 김모(55)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하나만으로도 공이 너무 큰 분이다. 이승만 기념관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도 전체 광장이 넓어서 개방감이 훼손될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송현동이 이승만 전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과 가깝고, 한미동맹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한 곳이라 이곳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건국 대퉁령의 공과를 공부하는 데도 좋겠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인근 주민 이모(80)씨는 "서울 한복판에 왜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느냐고 하는데 이만한 공터가 있는 곳이 없다"며 "대한민국에 국부(國父) 기념관 하나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한국은 이미 소련에 넘어가 공산화된지 오래일 것"이라며 "친일파로 매도하기엔 일본 남서해 경계선을 지킨 게 그 분이다. 사회적 논란이 있다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리를 마련하는 게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직장인 한모(50)씨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열린송현공원이라는 이름대로 공원으로서 역할을 해야지 이데올로기로 채우면 닫힌송현공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씨는 "경복궁부터 산책하며 종로 한복판에서 유일하게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인데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겨울이 되면 조형물을 설치하고, 미술품을 세우는데 계절별로 보는 재미가 많은 곳"이라며 "굳이 왜 세금을 들여 논란을 만드나"라고 덧붙였다.


7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전문가들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 논의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 결집을 노리는 측면이 있다며 총선 결과에 추진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보수학계에서는 그동안 이승만·박정희로 대변되는 건국과, 산업화, 근대화 시절을 매도한 것을 두고 너무 좌파적 시각으로 끌려다닌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국 대통령 재평가에 더 자신감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을 띄운 것"이라며 "4월 총선 결과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둔다면 오세훈 시장의 추진 계획은 탄력을 받게 될 것"고 말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윤석열 정권의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이 깊은 프로젝트"라며 "송현동 부지는 서울 시내 노른자 땅인데 이곳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겠다 정도로 황당한 프로젝트인데 그보다 더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별개로 기념관 건립 추진 사업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3년간 설계비 24억7000만원 등 총 46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 중 국비 지원 비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은 국비로 건립 비용의 30%(140억 원)를 지원받고, 나머지 70%(320억 원)를 목표로 모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단 측은 이날 "오늘 자정 기준 7만여 명 정도 모금에 동참해 현재 112억5000만원이 모였다"고 전했다.


다만 재단 측도 기념관 부지를 반드시 송현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재단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기념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지만 해당 부지를 결정해 진행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러 다른 부지들도 검토하고 있다"며 "더 최적의 부지가 있다면 당연히 그곳을 우선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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