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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동행카드' 돼가는 '기후동행카드'…"실질적 혜택 줘야 대중교통으로 갈아탈 것"


입력 2024.02.22 05:03 수정 2024.02.22 05:0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출시 한 달만에 43만명 이용…승용차 이용자 대중교통 유인 효과는 떨어져

승용차 이용자 "출퇴근 시간 제외하면 승용차 유리…한 달에 몇 만원 아끼자고 대중교통 이용 안 해"

교통전문가 "기후동행카드 탄소저감 효과 미비해…친기후적 교통정책으로 보기 어려워"

"교통수요관리 통해 불필요한 승용차 이용 억제하거나…교통유발부담금 걷어 실질적 혜택 줘야"

서울역 지하철에 비치된 기후동행카드 안내문 모습.ⓒ뉴시스

출시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용자가 43만 명에 이른 서울시 기후동행카드가 승용차 이용을 줄인다는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청년할인카드, '청년동행카드'로 국한돼 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20~30대 청년층이 기후동행카드를 많이 구매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승용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할만한 유인 효과가 동시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수요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거나 교통유발부담금을 걷어 그 돈으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승용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가 현재까지 약 43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시는 이 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 가량의 승용차 탑승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수단을 바꾸는 경우를 포함한 수치이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의 주 이용층은 원래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던 청년층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카드 구매자 중 56%가 20~30대 청년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후동행카드 구매자는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50대 19%, 40대 17%였다. 더욱이 시는 기후동행카드를 5만원 대에 이용할 수 있는 만 19~34세 청년 할인 혜택을 오는 26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여의도로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42)씨는 "기후동행이 아니라 청년동행카드, 알뜰교통카드로 부르는 게 맞다"며 "출퇴근 정체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승용차가 버스나 지하철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 한 달에 몇 만원 절약할 수 있다고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기후동행카드 청년권 도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기후동행카드는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에 '친(親)기후적 교통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승용차 이용자들이 과감히 승용차를 포기할만한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한데 이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요금만 깎아주는 선심성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차장을 없애고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등 교통수요관리(TDM, Transportation Demand Management)를 통해 불필요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거나 교통유발부담금을 걷어 그 돈으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하는데 서울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남산터널 외곽방향 혼잡통행료를 면제해주거나 기후동행카드를 많이 구입하는 기업체를 상대로 교통유발부담금을 깎아주는 것 등이 대표적인 승용차 친화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진구 서울시 도시교통실 교통정책과장은 "청년들이 기후동행카드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예상했던 결과이다"면서 "승용차 이용자들을 대중교통으로 수요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혼잡도를 낮추고 버스 전용차로 확대,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인상 등 다양한 유인책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물가 대응책으로 유류세 인하가 이어지고 있는데, 유류세가 원상회복되고 승용차 유지 비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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