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공천배제' 기류에 곳곳에서 파열음
"전략공천 지역 왜" vs "친문~친명 왜 가리나"
계파 갈등 뇌관 되자 당 주류 "지도부 맡겨라"
고민정~인재근 "경쟁력으로 후보 공천해야"
4·10 총선을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들어내려는 시도가 첫머리부터 당사자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여의치 않은 흐름이다. 임종석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에선 '전략 지역에 따른 공천 불가론'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반작용 격으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종석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은 현역 의원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역구를 옮긴 곳으로 전략공천 대상 지역이기 때문에, 공천 여부를 당 지도부에 일임해야 한단 목소리가 주류발로 거세지고 있는 중이다.
친명 지도부는 임 전 실장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중·성동갑 귀환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이미 임 전 실장이 '공천배제' 대상으로 굳어졌단 신호가 당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친명 주류가 임 전 실장을 끌어안을 생각이 없다는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상황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임 전 실장이 검토하고 있는 중·성동갑 지역구는 전략 지역"이라며 "이것은 전략적 판단을 해야 될 문제지, 본인이 '내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공천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략 지역이기 때문에 본인이 거기 공천 신청한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친명 박성준 대변인도 SBS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의 거취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대신 "전선에 나올 장수들을 (이미) 다 마련했으니까 좀 기다려보라"고 밝혔다.
'이재명 변호사'로 잘 알려진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도 임 전 실장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다. 조 부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임종석 선배께 친문과 친명 갈등을 멈추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난정(亂政)으로 파탄 난 미래 과학기술 기반, 외교와 통상, 민생경제 등에서 새로운 비전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훌륭한 영입인재를 모셔올 수 있도록 당 지도부 판단에 맡겨두라"고 압박했다.
최근 직접 '올드보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총선 '물갈이' 의지가 확고한 것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의 과거를 극복해 가겠다"며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미 흘러간 문재인정권의 핵심 인사이자, 이번 총선에서 '청산론'에 직면한 '86 운동권'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3기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총학생회장 선출 때부터 기산하면 36년째, 2000년 총선 출마 때부터 기산해도 이미 24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 '우리 안의 과거' '져야할 떡잎' '양보해야할 새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당사자는 이러한 해석과 압박에 전혀 굴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당내 비주류이자 동반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세력을 중심으로는 지원사격도 나오고 있다.
졸지에 계파갈등 최전선에 자리하게 된 임 전 실장은 자신에 대한 친명계의 불출마 압박에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친문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경쟁력이 있느냐. 거기에 따라서 판단해야지, 단순히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일했던 사람이니까 안돼'라는 이유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이자 3선 중진인 인재근 의원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명~친문 이런 것을 가리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거론하며 불출마 압박에 불씨를 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발 물러섰다. 공관위원장이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중·성동갑 지역구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아닌 전략공천위원회 소관이라며 "그분(임종석) 보고 불출마하라고 한 적도 없고 이름도 거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앞서 임 위원장이 친문 인사들에 대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임 전 실장에 대한 불출마 압박 논란이 일파만파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동시에 임 위원장은 임 전 실장이 '전략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며 절차적인 부분을 짚었다. 이는 임 전 실장을 둘러싼 공천 잡음에 따라 공을 당 지도부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