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수 2018년 56명→2022년 449명으로 크게 늘어…지난해 사망자 역대 최다 5명 발생
서울시, 시민 대상 안전교육 및 캠페인 진행…업체에 최고속도 하향 요청하고 있지만 효과 미비
전문가 "적극 대책도 안 내놓고 안전의식만 탓하는 건 무책임…운행 킥보드 적정대수 제한해야"
"안전모 착용한 모습 인식됐을 때만 탑승할 수 있도록 기술 개선…최고속도 제한 법제화도 필요"
최근 4년간 서울시에서 개인용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인 전동킥보드 교통사고가 8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라니처럼 도로에 갑자기 나타난다고 해서 '킥라니(전동킥보드+고라니)'로도 불리는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에서는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예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를 찾는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안전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최고속도 제한 법제화는 물론, 운행 킥보드 적정대수를 제한하고 안정모를 착용했을 때만 탑승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 건수는 2018년 50건에서 지난해 406건으로 5년 사이 8배가량 급증했다.
년도별 사고 발생 건수 및 부상자 인원을 살펴보면 2018년 50건(부상자 56명), 2019년 134건(139명), 2020년 387건(420명), 2021년 445건(489명), 2022명 406건(449명)이다. 2019년부터는 매년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5명이 사망했다.
안전을 위한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안전모(헬멧)를 착용한 상태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시속 25㎞ 이하 속도로 차도에서 타야 한다. 또한 운전자는 만 16세 이상이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무면허·음주 운행 시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1인용 전동 킥보드를 2인 이상이 탑승하거나 안전모 미착용의 경우에도 2만∼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이 결여돼 매년 관련 사고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법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공유킥보드 업체 측에 최고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하향해달라고 지속 요청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자동차 문화가 도입됐을 때 수십조, 수백조원을 투자해 도로를 닦았던 것처럼 시민들이 안전하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나 조치도 안 하고 단순히 안전의식 결여로 사고가 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보면 파리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경우 운행 가능한 전동 킥보드 대수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적정대수를 제한해서 폐기문제, 운영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의 주된 이용층은 대학생들이다.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이 낮은 만큼, 어느정도는 강제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지자체서 이뤄지고 있는 예방책은 너무 형식적이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법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동 킥보드의 실제 사고 수위는 오토바이 수준인데 그에 반해 사람들의 인식은 자전거 수준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급증한 것"이라며 "단속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토바이나 차는 도로에서 단속하면 되지만, 전동 킥보드는 단속할 공간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동킥보드 이용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이상 사용자의 자율적인 안전의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안면인식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A연구원은 기술적 안전대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이 인식됐을 경우에만 전동킥보드 대여를 가능하게 한다면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대여가 스마트폰 어플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기술적으로 가장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자율로 최고속도를 하향할 수 없다면 전동킥보드 최고속도 제한을 법제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통공학연구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전동킥보드는 충격을 흡수하는 외부 차체가 없는 특성상 시속 25km로 달리던 탑승자가 맨땅에 쓰러질 때 받는 충격은 중형승용차 탑승자가 시속 50km로 충돌할 때 받는 충격량과 비슷하다"며 "사실 시속 20km 정도만 돼도 마라토너가 뛰는 속도와 비슷하다. 단거리를 이동할 때는 충분한 속도고 이를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