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 한 달 반 만에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 이례적
물가 변동 심한데 그 때마다 계약서 변경 사실상 불가능
가격 구조 드러나면 매입단가 등 원가 노출 우려도
연말 외식 프랜차이즈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필수품목 관련 규제를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 때문인데 그간 업계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방적인 규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기재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이 법안은 지난 10월16일 유의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약 한 달 반 만에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바꾸려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반드시 사전에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4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당정협의에서 발표된 ‘필수품목 거래 관행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 발의 이후 업계 의견 수렴이나 요구안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국회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쟁점 법안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가맹점주)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각종 식자재 가격 변동이 큰 만큼 이를 모두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많이 사용하는 농축수산물 도매가격은 매일 변동되고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운송비나 수수료 등의 변동도 잦은데 이 때 마다 모든 가맹점의 가맹계약서를 새로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가맹점 수가 1000개가 넘는 대형 브랜드의 경우 가맹계약서 변경에만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가 영업보다는 계약 변경이 주 업무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식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신제품에 대한 비밀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불만도 있다. 신제품 개발 시 새로운 식자재가 추가되기 마련인데 가맹계약서를 새로 쓰는 과정에서 경쟁사에 신제품 레시피나 주요 품목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영업비밀인 원가가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기재하게 되면 품목당 본사에서 가져가는 마진 구조도 모두 드러나게 된다”며 “품목당 매입단가 등 원가 구조는 핵심 비밀에 속한다. 차라리 공정위가 주요 품목별로 도매가격을 먼저 고시하고 가맹본부들이 이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이 같은 필수품목 관련 폐단을 없애기 위해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맹점들이 10% 이상의 로열티와 2% 가량의 마케팅비를 가맹본부에 내고 가맹본부는 이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로열티를 과도하게 수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고, 본부는 가맹점들이 매출을 축소해 로열티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상호 신뢰가 미약해 현 상황에서는 도입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