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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분한 분위기 속…엘리자베스 여왕 마지막 길에 만감 교차하는 英


입력 2022.09.19 20:19 수정 2022.09.19 20:21        데일리안 런던 =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장례식 엄수 웨스트민스터사원 인근 인파 몰려

여왕 향한 추모 메시지·꽃들 곳곳에 쌓인 모습

"영국민들이 정말 사랑한 지도자…영면 들기를"

19일 오전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조문객들이 여왕의 국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 모인 조문객들은 장례식장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근거리에서 여왕을 보내고 싶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을 앞둔 런던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차분했다. 70년간 영국 군주로 재임하며 '영국 현대사 그 자체'라 불렸던 여왕의 서거를 접하고 있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는, 침통한 분위기보다 가급적 슬픔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 고인을 떠나보내는 서양 특유의 추모 분위기가 느껴졌다.


현지시간 19일 오전에 엄수되는 장례식을 목전에 둔 18일 밤부터 장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사원 주변엔 여왕을 추모하기 위한 런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왕의 관이 지날 버킹엄궁 및 하이드파크 인근에는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몰려 치열한 자리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놓인 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추모 메시지와 꽃. '그립습니다. 당신은 항상 우리의 훌륭한 지도자였습니다. 베티와 아이비로부터'라고 적혀 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하이드파크 곳곳에는 영국 전역의 시민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보낸 편지와 꽃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계속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편지와 꽃을 들고와 헌화한 뒤 묵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복을 차려입은 채 꽃을 들고 공원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스티븐 씨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여왕은 한 명뿐이었고, 이제 영국 곁에 더 이상 여왕이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가지 않는다(There was but one Queen in my life, and her absense is unreal)"고 돌아봤다.


공원에 놓여진 수많은 꽃들 중 '해바라기'가 특이하게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밝음', '행복' 등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는 오랜 기간 동안 영국에 기쁨을 선사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리기 위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꽃이라고 한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되는 웨스트민스터사원 인근 하이드파크에 쌓인 추모 메시지와 꽃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하이드파크에서 해바라기를 들고 있던 매튜 씨는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자신을 런던 서북부에 위치한 왓포드시에서 왔다고 소개하며 "해바라기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한다.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에 놓아주고 싶어 가져왔다(Sunflower is one of Queen's favorites. I just wanna lay down one for her final journey)"고 설명했다.


쌀쌀한 가을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도로가에는 여왕의 관이 지나가는 모습을 맨 앞줄에서 보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텐트나 돗자리를 깔아놓고 담요를 덮은 채 추위를 달래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을 걸어놓은 채 여왕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와 그림 등을 통제선 난간에 걸어놓은 채 여왕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부인과 두 아들, 동생과 제수씨까지 일가족이 모두 함께 나왔다는 맥스 씨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국민들이 정말로 사랑한 지도자였다. 그녀가 영면에 들기를 빈다(Queen was beloved by all British people. God rest her soul)"고 전했다.


찰스 3세 국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맥스 씨는 "찰스 3세에 대해 지금 평가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예우를 갖춰야 할 때(King Charles is the least of my concern. Now is a time for respect for the queen)"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되는 웨스트민스터사원 인근 하이드파크에 쌓인 추모 메시지와 꽃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새벽 3시부터 나와 세 친구가 함께 여왕을 기다리고 있다는 케일럽, 올리비아, 샤나 씨는 "영국 국민들은 여왕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British people love Queen. Always be)"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취재하러 한국기자들이 왔다는 사실을 듣자 고맙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한편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국장으로 거행된 장례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여명이 참석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사제가 집전하고 캔터베리 대주교의 설교 후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가 봉독을 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장례 식 후 여왕이 실린 관은 웨스트민스터사원을 나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마지막으로 영국 시민들을 만난다. 찰스 3세 국왕 등 왕실 일가가 마지막 길에 동행한다.


윈저성까지 이동한 여왕의 관은 성 조지 예배당에서 소규모 예식을 거친 뒤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힐 예정이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이동할 예정인 도로가에 모인 영국 시민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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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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