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지난 3월 "시민단체 불법이익 환수, 약자 위해 사용"
정부 산하 위원회 정비 취지...비효율적 낭비 예산 줄인다
민주당 "역대 보수정권도 시민사회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 연결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시민사회위원회가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시민사회위원회 폐지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들어 모든 부처의 위원회를 30∼50% 줄이겠다는 방침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비서실은 지난 1일 각 부처와 위원회, 지방자치단체에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령안 의견 조회'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총리비서실은 해당 공문에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목적으로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의 시민사회위원회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지령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오는 8일까지 회신해달라"며 "기일까지 회신이 없는 경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은 정부가 시민단체를 지원해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 당시 지난 2020년 5월 시행됐다. 시민사회위원회의 전신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는 2003년부터 운영됐다.
규정에는 국무총리 소속 시민사회위원회의 역할이 담겨 있다.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소통·협력 강화 등이 정책 수립의 기본 원칙으로 명시돼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정부 산하 위원회를 정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인 3월 페이스북에 "언젠가부터 일부 시민단체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상실한 채 정치 권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며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을 전액 환수해 고통받는 자영업자와 어려운 약자를 위해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시민사회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은 정부 산하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를 들여다보는 감사를 지난달 10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 회의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온 시민 단체의 수족을 자르려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흑백이분법 차원에서 이념적 잣대로, 현실성 없는 주장을 펴는 단체로 모든 시민사회를 매도하는 것은 편견"이라며 "시민사회에는 보수와 진보가 함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 권력은 정권의 사유물이 아니다"라며 "역대 보수정권도 시민사회를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민사회위원회가 중단없이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전국 18개 시민사회단체도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와의 소통·협력 대신 길들이기에 나섰다"며 시민사회 활성화 규정 폐지령안 논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