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장제원 후퇴 뒤 권력지형 꿈틀
'윤심' 등에 업은 초선의원들 급부상
비대위 출범에 기여…중진들 비판도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가 분기점
대선 승리에 공로를 세웠던 소위 1세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핵관 맏형으로 통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앞서 윤핵관 핵심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고 계파활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윤핵관 2선 후퇴로 일시 공백이 된 국민의힘 권력지형이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권력지형 변화가 차기 총선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원내는 물론이고 원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관은 "언론은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로 친윤 여부를 보지만, 정치 계파로서 '친윤'은 사실 실체가 명확하지는 않다. 정권교체를 위한 연합 성격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것"이라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가 나뉘고 계파로서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그룹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초재선 의원들이다. 앞서 법원의 결정으로 1차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해체되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중진들의 요구가 커질 당시 "당헌 개정과 비대위 출범이 우선"이라며 총의를 모아 맞선 것이 대표적이다.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선수모임을 갖고 전국위 소집을 거부한 서병수 전국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했으며 "일부 다선 의원이 밖에서 개별적인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의원총회 결의 내용의 진의가 훼손됐다"며 중진 의원들을 직격했다. 나아가 전주혜 의원은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윤심'을 등에 업고 정국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현진 전 최고위원 사퇴 당시 연판장을 돌리며 비대위 전환에 힘을 보탰던 박수영 의원을 중심으로 초선 모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라면 모두가 친윤이어야 한다"며 "정권 창출 4달 만에 무슨 비윤인가. 사찰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셔야지"라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63명으로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절반을 넘는다. 재선의원을 합치면 73%를 차지한다. 윤 대통령도 일부 초선의원들에게 "당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따라서 차기 원내대표 경선부터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중진들의 뜨거운 구애가 예상된다. 중진 다수는 현재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계파활동에 거리를 두는 정도로 '반윤'과는 차이가 있다. 당정 관계에 있어 '찰떡 공조'냐 '수평적 관계'냐의 차이 정도다.
물론 초재선 의원이 모두 '친윤'은 아니다. 초재선 내 친윤 그룹의 색채가 짙어지자 동시에 반대하는 그룹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주로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측에 선 인사들이다. 이들은 2차 비대위 출범을 위한 의원총회 의결 당시 '박수 추인'을 두고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허은아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찬성하면 박수를 치라고 했다. 상당수 의원이 박수를 치지 않았고, 저도 치지 않았다"면서 "명시적으로 두 명의 의원은 큰 소리로 반대했다"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웅 의원도 "박수 치지 않은 의원들 많았다. 저 말고 명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힌 분도 계시다"며 "우리 당은 박수의 힘이 아니다"고 했다. 해시태그에는 '반대하려면 순발력이 필요함'이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