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0홈런 타자들 중 최소 삼진 2위 기록
타석당 삼진율 고작 5% 경이로운 수치 유지
올 시즌 KBO리그 타자들 가운데 투수들이 상대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선수는 누구일까.
투수 입장에서 타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돌려세우는 방법은 바로 삼진이다. 맞춰 잡는 투수의 경우 야수의 실책, 상대 주자의 주루 플레이 등과 같은 변수와 마주해야 하지만, 삼진은 투수가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대로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타자라면? 배터리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웬만한 공에는 배트를 내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찔러도 속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실투가 나온다면 실점 등의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키움 이정후는 올 시즌 삼진을 뽑아내기가 가장 어려운 타자다.
현재까지 123경기에 출전했고 538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이정후가 당한 삼진 개수는 고작 27개다.
규정 타석을 소화한 전체 타자들 중 당연히 최소 삼진 1위이며 고작 5%에 불과한 타석당 삼진율도 최상단에 위치해있다. 삼진을 당하지 않기로 소문난 KIA 김선빈(8.2%), 두산 허경민(8.3%)과 비교하면 이정후의 삼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KBO리그 역사와 비교해서도 이정후의 삼진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역대 한 시즌 2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들 중 최소 삼진은 원년인 1982년 해태 김봉연이 보유하고 있다. 당시 김봉연은 22홈런을 뽑아내는 동안 단 16개의 삼진만 기록했다. 그리고 김봉연은 20홈런 이상 타자 중 삼진보다 홈런 개수가 많은 유일한 타자다.
김봉연 다음이 바로 이정후다. 이정후의 27개 삼진 개수는 1992년 25홈런 27삼진을 기록한 빙그레 이정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홈런 이상 최소 삼진 상위권에 80년대 선수들이 대부분 포진해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후의 현재 기록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뽑아내는 선수라면 필연적으로 풀스윙을 가져가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삼진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시즌 20홈런 이상 타자들만 살펴봐도 이정후는 궤를 달리한다. 홈런 1위 박병호는 33홈런을 치는 동안 131개의 삼진을 당했고 선구안이 매우 뛰어난 LG 김현수도 22홈런-51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지난 6월 9개의 삼진을 당한 것이 월별 최다 삼진이다. 즉, 한 달에 한 자릿수 삼진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27일 LG전이 마지막 삼진이며 열흘 넘게 삼진과의 인연을 끊어버린 이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