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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독배' 정진석이 받았다...尹心 안고 국민의힘 재정비


입력 2022.09.08 00:00 수정 2022.09.08 00:3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러시안 룰렛'에 비유된 與비대위원장

정진석 '선당후사' 정신으로 받아들여

"한가하게 뒤에서 바라만 볼 수 없었다"

이준석·전당대회·가처분결과 난제 산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금 비대위원장은 독배라고들 하는데 독배이기 때문에 더이상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7일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국민의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랐다. 정 부의장은 지난 첫 번째 비대위 당시부터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손꼽혔으나 본인이 고사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에 앞서 주호영·박주선 등 비대위원장 후보들이 연이어 손사래 치며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것은 흡사 '러시안 룰렛'(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처럼 여겨져 왔다.


역시 비대위원장을 여러 번 고사해왔던 정 부의장은, 당을 수습하기 위해 결국 '선당후사' 정신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독배'라고 표현한 것에서 고심한 흔적이 드러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 부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집권여당을 안정시키겠다.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그것이 제게 주어진 대의이고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 말고도 좋은 분들이 많기에 기회를 새로운 분들에게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가졌다"며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핵관'이니 하는 표현을 들었다. 그런 갈등과 분열이 노정된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고 그런 맥락에서 고사했던 것"이라고 그동안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하니깐 그렇다고 한가하게 그냥 뒷전에 머물러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는 것"이라며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하겠다라는 그런 다짐으로 수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5선 중진 정 부의장은 '친윤'(친윤석열)계 맏형으로 꼽힌다. 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하며 원활한 소통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 안팎에선 모두 "안정감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범친윤계로 당내 두루 지지를 받고 있다"며 "지금 비대위가 난제를 갖고 출범하는데, 당장 정기국회에서 야당 공세가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 경험이 풍부한 정 비대위원장이 이를 노련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비대위원장직 수락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 수락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따로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걸 뭐 구체적으로…(밝히긴 어렵다)"면서 "당의 요청을 받았다고 해주시면 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 부의장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부의장이 윤핵관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 부의장이 경선, 본선에서 선대위 직책을 맡은 적은 없다"며 "다만 당원으로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런 걸 갖고 윤핵관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다시 정 부의장과 통화하고 세 번이나 방에 찾아가 설득했다.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 신임을 받아서 부의장까지 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한다, 그리고 총대, 아니 책임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설득했다"며 "그랬더니 (정 부의장이)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우면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조금 전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줬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의총에 참석한 당 소속 의원 75명은 정 부의장 비대위원장 지명을 박수로 추인했다. 권 원내대표는 "김웅 의원 1명이 손을 들어 반대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당수 의원이 박수를 치지 않았고, 저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리고 명시적으로 두 명의 의원은 큰 소리로 반대했다"며 "그런데 (권성동 원내대표는)왜 한명만 반대의견을 냈다고 했을까"라고 썼다.


'독배'를 든 정 부의장에게 쌓인 과제는 산적하다. 김웅·허은아 의원을 필두로 새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친이준석계 반발을 잠재워야 하고, 무엇보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악화한 관계도 풀어내야 한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당시 이 대표와 공개적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정 부의장은 이날 이 전 대표와의 갈등 봉합에 대해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 당을 안정화하고 정상화해서 새롭게 결집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며 "23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계파에 치우친 정치인도 아니었고, 늘 통합의 정신 앞세워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왔다. 누구와도 대화하는데 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당 내홍을 잠재우고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도 잘 치러내야 한다. 특히 현재 각 당권주자별 생각이 갈리는 전당대회 시점을 잡음없이 조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비대위 순항 여부는 정 부의장 리더십과는 별개로 당장 오는 14일 예정된 이 전 대표와의 가처분 심리 법원 결정에 달려있다. 법원이 또 한 번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새 비대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당은 궤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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