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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우영우’ 이승민 모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어 고맙다”


입력 2022.09.01 12:12 수정 2022.09.01 12:12        경기 안산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우승, 이번 대회 추천 자격 참가

"따가운 시선보다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란 걱정이 커"

추천 선수 자격으로 참가하는 이승민. ⓒ KPGA

지난 7월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한 ‘US 어댑티브 오픈’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이승민(25·하나금융그룹)에게는 남다른 사정이 있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약관의 나이인 2017년 KPGA 정회원 자격을 따냈고 지금까지 총 20차례 투어 대회에 참가했다. 아직까지 투어 대회서 TOP 10에 진입한 적은 없고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과 올 시즌 SK TELECOM OPEN에서의 62위가 개인 최고 순위다.


하지만 이승민에게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일반인들이 참가조차 힘들다는 최상위 투어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 예다. 그리고 이승민은 전 세계 각국의 장애인 골퍼들이 겨루는 US 어댑티브 오픈 우승을 거머쥐며 당당히 한계를 넘어섰다.


이승민은 우승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지닌 채 1일부터 경기 안산시 아일랜드CC(파72)에서 시작된 KPGA 코리안투어 LX챔피언십의 추천 선수로 나선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이승민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냈다.


골프를 시작하고 가장 즐거운 순간으로 “좋은 성적을 낼 때”라고 밝힌 이승민은 “저처럼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선수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가 꿈”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아들을 프로 선수로 키워낸 모친의 말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민의 모친 박지애씨는 “승민이가 발달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어릴 때 단체 운동을 시키며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무렵 힘들다는 것에 부딪혔고 개인 운동으로 전환하게 됐다”라며 “다행히 밖에 나가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고 골프를 원하더라. 골프는 어릴 적부터 아빠의 골프채를 잡고 연습 삼아 시켰는데 공을 매우 잘 맞혀 재능을 발견하게 됐다. 본격적인 골프 시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승민이는 이론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자신이 몸소 경험해야 습득을 하더라. 골프도 마찬가지였다. 벌타 등의 규칙도 설명해주면 이해를 잘 못했는데 벌타도 받아보며 직접 체험해보니 그제야 받아들였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승민 모친 박지애 씨.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즐기고 오히려 자신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할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쉬운 일이지만 승민이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대단하다 생각한다”라며 아들의 달라짐을 뿌듯해했다.


골프 선수로 성장시키며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터. 박지애 씨는 “장애를 갖고 있는 승민이가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경기를 해야 했기에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란 걱정이 컸다. 오히려 혹시 모를 따가운 눈총은 내가 감수하면 되는 부분이었다”라며 “골프는 매우 예민한 종목이기 때문에 승민이의 행동이 다른 선수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다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성적을 물어볼 때, 나는 ‘무슨 일은 없었니, 아무 일도 없었니’를 물어보며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대부분의 부모님들과 선수들은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줬다”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박 씨는 “이번 대회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에서 열렸다. 이곳 골프장 페어웨이 곳곳에는 불개미가 땅을 파고 올라와 집을 만들었는데 한 타, 두 타가 중요한 시점에 승민이가 이를 골똘히 관찰하더라. 결국 캐디께서 슬쩍 불개미집을 가려 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승민이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너무 잘했다라는 말을 했다. 꼭 좋은 일이 있지 않더라도 내일을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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