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출신 “현장서 답 찾겠다”
취임 후 4일에 한 번꼴 현장 누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현황 파악
비(非)정치인 약점 극복 위한 노력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현장 중심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평생 연구원으로 살아온 이력답게 현장에서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취임한 한 장관은 그동안 모두 24차례 현장을 찾았다. 취임 일주일 만에 첫 현장 행보로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환경산업연구단지를 방문해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와 재생플라스틱 제조실증화시설을 둘러봤다. 더불어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기업과 간담회를 하고 투자 유치와 우수 인력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녹색 기업들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이날 한 장관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비전을 달성해서 녹색경제 전환을 견인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녹색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는 정책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6월 2일에는 서울 강서구 서남물재생센터를 찾아 수소 충전설비 등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살폈다. 같은 달 7일에는 충남 보령시 보령댐을 방문해 가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이튿날인 8일에는 경기 안산시 한 폐기물처리 업체를 찾았다.
이 밖에도 ▲전남 다도해해생국립공원 외병도 통수식(6월 10일) ▲충북 오송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방문(6월 23일) ▲서울 서초구 접경지역 홍수대응상황 점검(7월 1일) ▲경기 수원 수돗물 유충 발생 현장 점검(7월 15일) 등 취임 100일 동안 한 장관은 4일에 한 번꼴로 현장을 살폈다.
각종 간담회도 많았다. 5월 18일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기업 간담회를 시작으로 ▲반도체 생산업체 방문·간담회(6월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담회(6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7월 6일) ▲KBCSD CEO 정책 간담회(7월 8일) ▲역대 환경부 장관 초청 정책간담회(7월 28일) ▲홍수대책 관련 전문가 간담회(8월 12일) 등 11차례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업, 환경 단체뿐만 아니라 세종 도담중학교 환경동아리 학생들, 충남 천안시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만나 대화했다. 특히 지난 5월 31일에는 환경부 5급 이하 신규 공무원 ‘혁신 어벤져스’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공직사회 세대 간 소통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 장관 현장 행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환경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규제 일변도 환경정책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책상’이 아닌 실제 현장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자,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필요한 정책과 불필요한 규제를 찾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순수 연구원 출신이라는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실제 취임 당시 여성 연구원 출신으로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취임 당시 일부 환경 단체는 한 장관에 관해 “주요 현안에 대해 기존 정책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지 못했고,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다”며 “환경정책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한 장관은 현장 행보로 구체성을 찾고 스스로 전문적 식견을 보여주며 이런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한 장관 취임 100일은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환경부 공무원은 “한 장관이 30년 동안 연구원으로 살아온 자신의 장단점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현장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충돌과 의견이 대립하는 현장을 찾아 갈등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고 때론 연구원으로서 가지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공무원은 “산업 현장에는 오래 몸담아 본 적 없는 분이 현장을 찾아 많은 부분을 들여다보려 하는 게 긍정적”이라며 “말씀하시는 게 학자 언변이라 좀 아쉬웠는데 그래서 더 현장을 살피고 관찰해서 이해하려는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 장관은 대전 출생으로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UCLA 대학원에서 대기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3년부터 30여 년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현 한국환경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정책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환경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