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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괜찮다지만 가뭄에 식수 불안 키우는 ‘녹조’


입력 2022.08.08 16:02 수정 2022.08.08 16:05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700만 식수원 낙동강 일대 녹조 심각

오랜 가뭄과 불볕더위로 ‘악취’ 수준

나빠진 원수 수질…수돗물 걱정 커져

환경부 “먹는 물 가장 안전하게 공급”

폭염이 이어지는 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남부지방에서는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녹조가 심각해지면서 식수 걱정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직접 경남 창녕함안보를 방문해 낙동강 상태를 살피는 등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정수장을 방문해 녹조 대응 시설과 정수 처리공정 전반을 점검했다. 이어 창녕함안보 녹조 발생 현황과 오염원 저감, 녹조 제거 상황 등을 살폈다.


한 장관은 “국민에게 공급되는 먹는 물 안전이 충분히 확보돼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관계자들에게 건강한 물 환경 조성을 위한 정수 처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한 장관이 찾은 낙동강은 부산과 경남, 울산, 대구, 경북 지역 700만 인구 식수원이다. 그런데 최근 오랜 가뭄으로 수질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낙동강 강우량은 예년 대비 63%에 그친다. 이른 불볕더위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조 발생도 크게 늘었다.


현재 창원시 수돗물 원수(原水)로 사용하는 함안 칠서취수장과 부산·양산 지역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는 물금·매리 지점에는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상황이다. 남강댐에도 ‘관심’ 단계가 발령 중이다.


구체적인 수질 상태는 물금·매리 지점 경우 지난달 조사에서 4차례 연속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개/㎖) 10만 개를 넘겼다. 7월 14일 13만1060개, 19일 11만4062개, 21일 10만9055개, 25일 14만4450개에 달했다. 조류경보 경계 기준은 1만 개다.


조류경보 발령 지표가 개선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상수원 전체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0만 개를 넘긴 적은 세 차례 뿐이다. 올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소관 5개 지점에서만 6차례를 넘겼다.


짙은 녹조로 예전엔 없던 악취도 늘고 있다. 매주 낙동강 종주길을 따라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는 한 부부는 “최근 들어 낙동강 악취가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다”며 “베랑길(낙동강 위에 나무로 만든 자전거 도로)을 지나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말했다.


녹조가 심각해지자 환경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인근 하천기초시설 집중 점검과 함께 댐·보 탄력적 연계를 통한 녹조 저감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지난 3일 낙동강 수계 15개 시·군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이날 수자원공사 창녕함안보사업소 회의실에서 창원·진주·김해·양산·함안·창녕·고성·거창 등 15개 시·군 담당과장 회의를 열었다.


경남도는 이날 회의에서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 특별 점검을 조류경보 해제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녹조 원인물질인 총질소(T-N)와 총인을 하천으로 직접 다량 배출하는 공장과 대형 가축분뇨 배출업소, 개인 하수처리시설에 대해 최대 매주 1회 집중 반복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군별 녹조와 오염 우심지역(하천)을 선정해 환경오염 감시 활동도 매일 1회 이상 실시한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하수처리장별 실정에 따라 평상시 총인 배출농도보다 줄이고, 추가 저감에 필요한 약품비 지원 등을 환경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일부 취수장에서는 조류 농도가 낮은 깊은 수심에서 취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현재 수면에서 물을 공급하는 매리취수장에 별도 취수탑을 설치해 수면 7m 깊이에서 취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조류 농도를 90% 줄일 수 있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환경부와 지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을 수돗물 원수로 사용하는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장마가 끝난 데다 가을 가뭄이 수년째 반복하고 있어 오히려 계속 악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에 환경부는 “일단 우리가 최근 남강댐 물을 3~4일 정도 방류하고 함안보 높이도 1m 정도 낮추면서 대응했는데 효과가 나름은 있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먹는 물 관련해서 낙동강 본류는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정수 과정을 강화해서 조처하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더불어 “이번 주 예보된 중부지방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조금씩 오르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낙동강 상류 쪽에 비가 많이 오면 (녹조 해소에) 조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어쨌든 먹는 물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만큼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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