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5000㎡ 미만·입원실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대상서 제외
경찰, 작업자 3명 소환 조사…발화지점인 3층 스크린골프장 철거 작업자들 "당시 불꽃 작업 안해"
누전 등 화재 원인 다각도로 조사中…다음주 초 2차 합동감식 예정
빈소, 이틀째 추모 발길…"희생정신 본받겠다” 故 현은경 간호사 추모글 잇따라
화재로 인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전날(5일) 화재가 발생한 건물 1·2층 한의원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발화지점인 3층 스크린골프장과 연기가 퍼져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4층 투석 전문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건물은 2004년 1월 사용 승인이 난 1종 근린생활시설이다. 현행 소방법상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연면적이 2585㎡이어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입원시설의 경우 2019년 개정된 보호자시설법에 따라 스프링클러를 의무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 병원은 입원실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이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화재는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으나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열린의원)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으로, 이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병원 안에는 환자 33명, 의료진 13명 등 모두 46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와 의료진들은 연기를 확인하고도 투석 조치가 진행 중인 탓에 빠른 대피가 어려웠고, 일부는 건물 내에 고립되기도 했다.
한편,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재 당시 현장에서 작업을 했던 근로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화재의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해당 건물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당시 철거 작업을 했던 근로자들은 "불꽃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이 처음 발생한 스크린골프장 1호실에서는 그날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천장에서 불꽃과 연기가 쏟아지는 걸 보고 불을 꺼 보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철거 당시 작업자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화재로 인한 연기가 4층으로 확산한 경로도 함께 살피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 주 초에 현장 2차 합동 감식을 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장 작업자와 건물 관리자 등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고, 아직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화재로 숨진 희생자 5명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때때로 유가족들의 울음소리와 탄식이 터져 나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열린의원 간호사 현은경(50) 씨의 가족들은 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는 홈페이지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하고, 별도의 추모위원회도 구성했다. 추모관 게시판에는 "간호사님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 정신을 본받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끝까지 환자와 함께한 의료인의 모습을 존경합니다" 등의 애도 글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