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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stop?-②] "무조건 올라요" 갭투자 여전…깡통주택 대량 생산 '경고등'


입력 2022.08.09 07:03 수정 2022.08.05 18:28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갭투자 깡통전세 양산한다는데"…현장선 '확실한 투자처' 유혹

전문가 "전세자금대출 비율 점진적으로 낮춰야…피해 커져"

최근 집값이 하락하면서, 갭투자가 빈번했던 지역에서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갭 투자할 물건이요? 많죠. 일단 앉으세요. 금액은 어느정도 생각하고 오셨어요."


초근 만난 서울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의 말이다. 투자 물건을 보러 왔다는 말에 기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자리에 앉자 중개업자는 다양한 투자 물건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중개업자는 모아타운 매물을 추천했다. 모아주택 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개발하고 지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방식이다. 현재 화곡동은 모아타운 후보지로 지정된 상태다.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인 갭이 1억대로 크지 않아,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아직 권리산정기준일이 지나지 않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자금이 부족해 어렵겠다고 하자 저렴한 물건도 있다며 다른 물건을 소개했다. "2000만~4000만원 정도 있으면 역에서는 조금 멀어지더라도 빌라는 충분히 투자가 가능합니다. 최근에 집값이 좀 떨어지면서 갭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자 중개업자는 "그럴 일은 드물다"고 안심시켰다. 화곡동은 수요가 충분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가능한데다, 안심전세대출을 이용하면 금액도 잘 나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세 및 매매가도 현재 바닥을 다진 상태라고 했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최근 2년 전세 계약을 맺은 곳도 있고, 2년 후에는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요. 투자하는 게 돈을 버는 길입니다. 저도 빌라 몇 개 들고 있는데, 소문처럼 전세가격을 못 맞추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투자수익을 늘어놨는데, 갭투자를 통해 수천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 다른 중개업소를 찾았을 때도 비슷한 말을 해왔다. 지금이야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1억원 정도만 있으면 3채 정도 투자할 수 있는데 1000만원 정도만 올라도 3000만원이다. 주식보다 훨씬 나은 투자처"라고 했다.

'깡통전세' 확산 조짐…"현 시점 갭투자 위험"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촌 ⓒ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중개업자들의 말대로만 되면 성공한 투자지만, 거꾸로 전셋값과 집값이 떨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세입자를 새로 받더라도 이전 시세대로 받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가 없고, 집값이 떨어지면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만한 금액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갭이 적을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조사 기간 내에 매매와 전세 거래가 한번 이상 있었던 경우는 총 2만9300건이었다.


이 중 주택의 평균 전세 가격이 평균 매매 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7.7%(2243건)에 달했다. 올해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주택형의 7.7%는 깡통전세 상태이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기간 내 매매 최저가가 전세 최고가보다 낮은 경우로 범위를 확대하면 깡통 전세 위험 거래는 16%(4687건)로 늘어난다.


깡통 전세 위험은 지방 만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지방이 76.4%(1714건)로 대다수지만 수도권도 23.6%(529건)에 달한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집값 하락세가 점쳐지면서 깡통전세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보통 아파트보다 가격 방어가 잘 되지 않는 다세대에서 깡통전세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곳은 서민층이 많이 거주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 갭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빌라가 시장의 흐름을 피해가긴 어렵다. 결국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입자는 전입신고 등을 통해 대항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의 비율을 낮춰 갭투자 등을 막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깡통 전세와 관련해 다음달 중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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