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콘텐츠 홍수 시대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숫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호평 받진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별개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한다. 그 가운데 아쉬운 작품들이 존재한다. 연출이, 연기가, 편집이, 음악이 칭찬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뭔가 아쉬운 작품들. ‘아쉬운 작품 리포트’(아작 리포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의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편집자 주)
류지윤 : 원작도 보다가 말았어요. 감성도 솔직히 저랑은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홍종선 : 그랬구나. 나는 원작이 되게 재미있었어. 원작은 처음부터 ‘헉’ 이랬는데, 이번에는 ‘전종서가 BTS 춤추는데 이래도 좋아하지 않을 거냐’ 이런 느낌. 원작의 시작은 굉장히 뻔하지만 교수가 사람 모으고, 교수 자체도 캐스팅이 되고 ,그러면서 인물 특성과 역할을 딱 브리핑해 주는데, 뻔한데도 몰입이 됐어. 물론 ‘종이의집’ 한국판이 다르게 가려고 한 마음은 알겠고 통일경제구역,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새로운 설정 때문에 북한에서 시작을 했겠지만. 내가 전종서 좋아하지만, 그가 BTS 춤추면서 나오는데, 시작이 너무 흡입력이 없는 거야. 힘이 없어.
유명준 : 누군가 그것을 비판했지만, 감독이 BTS 흐름에 그냥 숟가락 하나 얹으려는 느낌이 약간 있더라고요.
홍종선 : BTS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면 아미(ARMY)들이 다 찾아볼 테니까.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니까 거기서 어떤 이익을 조금 노린 것 같아.
류지윤 : 난 진짜 군대를 간다. 그것을 너무 노렸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센스가 있게 녹였다는 느낌보다는 좀 뭔가 진짜 짜 맞춰서 ‘이렇게 흐름으로 갔다’라는 좀 촌스러운 느낌이었죠.
홍종선 : 그리고 그렇게 얘기하면 아미들 기분 나빠해. ‘우린 가짜야? 가짜냐고?'.
유명준 : 사실 5화와 6화가 나쁘지 않은 편인데, 1화부터 너무 실망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거기를 못 넘어가더라고요.
홍종선 : 3화부터 6화는 한번에 봤어요. 근데 1, 2화는 너무 힘들어서 계속 멈추고 넘어가지 않아. 파트2가 있으니까 그때 풀겠지만, 나는 일단 1편에서는 통일 한국 공동경제구역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해, 처음에 전종서가 춤춘 거 외에. 이제 물론 앞으로 장현성이 맡은 정치인과 재벌 회장, 파트1에서 만난그 두 사람이 뭔가 이 조폐국 강도 사건의 사주를 했든 뭘 했든, 뭔가 큰 그림이 파트2에 드러나겠지만. 이 공동경제구역과 통일 한국의 매력을 많이 못 살리면 원작과 다르다는 차별성이 없을 듯 싶어.요 다른 걸로 어떤 긴장감과 재미를 추구해야 되는데 원작 대비 없어.
유명준 : 원작을 보고 한국판도 좋아한 사람, 원작을 아예 안 본 사람, 원작을 보고 한국판에 실망한 사람,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서 평가를 하는 구성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 흐름에서 비슷하게 나온 것이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은 한국판을 좋게 보더라고요.
홍종선 : 아니야. 나는 원작을 관람하지 않고 한국판부터 6화까지 본 뒤, ‘원작도 이 모양인가’ 생각하면서 그때 스페인 작품을 봤어. 한국판 4~6화가 괜찮지만 앞의 부분이 너무 좋지 않아서, 원작도 그런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스페인 원작은 너무 흥미진진한 거야. ‘여기 정답이 있었네’ 이런 느낌.
유명준 : 원작과 대비해 압축한 부분이 있으니 속도가 빠른 장점도 있어요. 물론 이 부분도 호불호가 갈리지만요.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이 좋게 보는 것이 스피디하게 간다고, 그런데 이 부분이 역으로 생각하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저 사람이 왜 여기에 끼어들지, 특히 쌍둥이 형제이 오슬로와 헬싱키는 아예 설명이 없다시피 하고요. 그냥 총 들고 돌아다니는 느낌.
홍종선 : 같은 맥락인데, 나는 이게 압축을 하다 보니까 불가피했다고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압축하면서 너무 사건만 남기고 사람 그리고 인물 관계 , 그들의 인간미는 다 버렸다고 봐. 난 그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왜 버렸다고 표현을 하냐면 원작을 보니까 나이로비도 너무 멋있고 인간미가 있고. 처음에 임신부를 더 따뜻하게 감싸준 거라든가 사람들을 약간 엄마처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도 나이로비이고, 위조지폐 전문가 같은 느낌도 들었어. 그 외 다른 인물들도 입체적이라는 거지. 그런데 우리는 너무 사건을 압축하면서 사건과 스토리 전개만 남기는 통에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이 없어졌어요. 원작 보면 도쿄가 나이로비와 막 몸싸움하고 나서 ‘이렇게 해서 우리는 우정이 생겼다’ 이런 도쿄의 내레이션이 나와.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인물 관계나 캐릭터 이해가 부족하니 공허해요. 인간미가 없어, 너무 사건만 남았어. 압축을 하면서 왜 좋은 건 버리고 이렇게 뼈대만 남겼지, 약간 좀 아쉬워요.
유명준 : 나이로비가 원작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데 여기서는 ‘나는 누구’ 이런 느낌. 그런데 인터뷰에서는 장윤주가 본인의 캐릭터 연기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더라고요.
홍종선 : 본인은 100%. 10점 만점에 10점 인터뷰.
유명준 : 제가 볼 때는 ‘베테랑’ 때보다 더 후퇴했는데.
홍종선 : 이건 난 장윤주의 잘못이 아니라고 봐요. 주어진 역할에 대한 인물 설명도 없고 개성을 드러낼 에피소드도 없는 상황에서 장윤주는 머리 백으로 넘기고 화장 멋있게 하고 멋진 몸매, ‘베테랑’ 때보 훨씬 날씬해진 몸매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그게 난 안타까워. 이미 대본이 그렇게 되어 있는 거야.
유명준 : 원작에서 보면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유혹하려 하면서도 하지 않는 듯한 느낌. 그리고 막내 리우에게 도발적으로 하면서도 보호할 건 보호하고, 위조지폐 전문가로 역할을 하면서 굉장히 매력적인데. 물론 장윤주도 1화에서인가 위조지폐 전문가처럼 잠깐 나오긴 하는데, 별 느낌은 없죠.
홍종선 : 조폐 작업라인 옆에 잠시 들렸다 간 거지. 어떤 전문성을 부여한다기보다 그냥 기능적으로 잠깐 한번 스쳐지나가는 정도로 넣은 거지. 극본과 연출이 인물을 못 살린 거야. 그리고 기본적으로 장윤주는 그냥 이기적으로 나와 자기 이득만 취하려 베를린 편에 서기도 하고, 도쿄 편에 서기도 하고. 인물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편적이라는 거죠.
유명준 : 원작에 있으니까, 그 장면을 넣은 느낌.
홍종선 : 그런 게 너무 아쉬워, 다른 인물들도.
류지윤 : 오슬로 헬싱키는 힘을 잘 쓰고 땅굴을 막 파고 하는데 그 캐릭터만큼은 뭘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그러니까 그 캐릭터가 전문적인 면모라는 게 하나도 살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홍종선 : 원작에서 교수가 ‘너희들은 모두 역할이 있어’라고 말하며 누가 나가려고 하니까 ‘안 돼 한 명도 빠지면 안 돼 ,그 안에 있어야 돼’라고 말하는데, 그러니 다 필요해 보여. 이 느낌이 한국판에는 없는 거야. 그리고 난 도쿄 내레이션이 원작에서는 되게 철학적이고 심도가 있는데, 우리는 너무 압축하면서 전종서에게는 부족한 스토리 설명하는 정말 ‘내레이터’ 역할만 시키는 거야. 원작 내레이션은 ‘이 대사 받아 적어서 명대사 기사 쓰고 싶다’싶을 정도로 좋은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 내레이션은 너무 밍밍해요.
류지윤 : 도쿄 이름 있잖아요. ‘왜 도쿄야’ 물었을 때 ‘우린 나쁜 짓 할 거니까’, 그게 완전 밈이 됐더라고요. 근데 원작에서는 도쿄가 가장 멀리 있어서, 남자친구랑 여행 가고 싶다고. 그런데 한국판을 보면서는 ‘이거를 이렇게 했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종선 : 그러니까. 아무리 우리가 배경을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고 해서 굳이 도쿄를 ‘나쁜 짓을 할거니까 도쿄다’라고 할 필요가 있었나. 작가가 일본과의 관계를 재밌게 드러내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그러면서 의도치 않게 도쿄의 캐릭터가 흔들려 버렸다고 생각해요. 도쿄의 캐릭터가 사랑에 목술 걸고, 물론 여기서는 리우하고 어떤 사랑을 배제시키긴 했지만, 여하튼 그러다 보니 전종서 캐릭터가 한 번 더 밋밋해졌어. 도대체 누가 입체적인가 막 계속 찾게 됐어요. 박해수하고 김지훈, 즉 베를린하고 덴버 말고는 입체적인 사람이 없어.
유명준 : 한편으로는 진짜 한국판으로 하려면 서울, 개성, 부산 이러는 게 맞을 듯요.
류지윤 : 김지훈 연기도 호불호가 나뉘더라고요.
홍종선 : 김지훈 연기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 불편하고 아니다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너무 밋밋하니까 덴버가 더 개성이 있어 보여. 박해수는 너무 잘했고.
류지윤 : 다시 봤어요. 박해수 연기를 그렇게 인상적으로 본 적이 없거든요.
홍종선 : 난 ‘슬기로운 감방생활’ 때 좋았는데, ‘오징어 게임’때는 별로. 이번에는 정말 역대급 인생 연기. 진짜 최고 연기라고 생각해.
류지윤 : 설경구 아저씨랑 나왔던 ‘야차’에서도 또 반감되긴 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홍종선 : 다 해요. 극을 끌어가. 교수의 대신으로 현장에 있는 게 아니라, 감독 대신 정말 현장에 있는 느낌이었어.
유명준 : 그래서 오히려 교수가 죽었죠. 난 ‘유지태가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원작의 교수는 자기가 자신이 강도단을 캐스팅한 후에도 계속 불안해 하거든요. 그게 진짜로 보여요. 오죽하면 베를린하고 와인을 먹을 때, 베를린은 실패하면 교수에게 도망가라고 하고 교수는 꼭 성공할 것이라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성공을 이야기하는 교수가 더 불안해 보여요. 이런 교수의 모습을 드라마 전체에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도 같이 불안감을 느끼며, ‘성공할까 말까’ 이러는데. 유지태는 시작부터 ‘난 성공해’라는 느낌을 너무 주더라고요. 마치 ‘신(神)이니까 성공해’라는 모습이요.
홍종선 : 내레이션에서도 도쿄는 계속 ‘교수는 이 모든 상황을 예측했다’고 말하면서 다만 김윤진과 싹 트는 감정 하나만 예측 못한 것처럼 말해. 모든 걸 예측한 신으로 만드니까 재미가 없어. 그러다보니 도둑들만 밋밋한 게 아니라 유지태와 그 연기 잘하는 김윤진도 화만 나 있고, 표정도 뻣뻣하고 말투도 경직돼 있어.
유명준 : 교수가 안정돼 있으니까, 안에서 변수가 생기더라도 불안하지가 않아요. ‘이건 또 역전이 있을거다’ 싶어,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원작은 교수가 불안해 하니까, 어떻게 전개될지 알면서도 보는 사람도 불안한 거예요. 돌발변수가 생기고 그것에 긴장감이 조성돼야 하는데, 없어요. 게다가 화면 톤도 밝다보니 이러한 편안함이 더 커지고요.
홍종선 : 중요한 포인트. 이거 요번에 어떻게든 또 해결하겠지, 전지전능한 만능 해결사로 느껴져요. 나는 그 세트도 한몫했다고 생각해 .우리가 세트 너무 잘 지으니까 그게 불안감을 감소시켜. 그리고 김윤진이 연기한 선우진 캐릭터가 좀 아쉬웠던 게, 원작 대비 교수가 너무 전지전능하니까 교수에게 자꾸 당하는 사람, 끌려 다니는 사람처럼 보여. 원작에서는 저렇게까지 끌려 다니지는 않잖아. 김윤진도 아쉬웠을 것 같아.
유명준 : 협상이 아니라 연인끼리 사랑싸움하는 느낌이.
홍종선 : 협상은 양쪽이 기가 팽팽해야 되는데. 여기서는 교수의 수가 너무 완벽하니까, 선우진이 끌려 다니는 상황이 되니까, 나는 그것이 좀 속상하더라고.
유명준 : 이게 단지 ‘종이의집’에서의 연기의 문제일까라는 의문도 들어요. 유지태는 항상 그런 배역, 그런 연기였잖아요. 완벽하고, 자신이 다 만들어놓은 상황, 그런 느낌을 계속 대중에게 주니까 역할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없어요.
홍종선 : 영화 ‘돈’에서도 그랬고, ‘사바하’ ‘올드보이’에서도 그랬고. 이제 거기에 보일러 광고조차도 슈퍼맨이었잖아. 맞아 이제 배우 유지태는 인간미를 되찾아야 될 것 같아요.
유명준 : 그래서 사실 미스캐스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는 극 중 강도들을 캐스팅하고 움직이는 감독 역할을 해야 하는데, 유지태는 자기 연기를 해요. 물론 강도단의 일원인 건 맞는데, 원작에서는 교수와 강도단은 분리가 되어 있는데, 유지태는 같이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몰입도를 떨어뜨려요.
홍종선 : 맞아. 사실 유지태 배우가 대한민국 최고의 피지컬인데 매력이 없어. 그리고 나는 작가 탓을 하나 더 하고 싶은 게 덴버와 모스크바. 덴버가 여자 죽인 줄 알고 모스크바가 뛰쳐나갔을 때, 덴버가 쫓아나가 끌어안고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기까지가 너무 한참 지나서예요. 나는 ‘안 죽였어’ 대사가 나올 때까지 정말 화가 점점 끌어 오르고 있었어요. 원작에서는 건물 문만 열리고 안쪽에 있었지만, 한국판에선 이미 건물 바깥까지 나갔으니 더 긴박한 상황인데, ‘내가 안 죽였어’를 너무 늦게 말하는 거야. 원작에서는 세 번째 대화 만에 말해. 이원종이 아버지로서 자기 탓을 하는 안타까운 대사는 ‘나 안 죽였어’ 뒤에 충분히 말해도 되는데, 작가가 그 장면에서 너무 질질 끄는 거예요. 그러니까 둘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건물 바깥까지 나왔고, 경찰들이 총 들이대고 있는데, ‘나 안 죽였어’를 하지 않고 딴 말들을 해. 정말 ‘고구마의 맛’이야.
류지윤 : 전 거기서 정지하고 사진 찍어서 SNS 스토리에 ‘이거 더 봐야 될까’ 이렇게 올렸다니까요. 그 장면에서.
홍종선 : 그렇지. 고구마 100개.
유명준 : 더 놀라운 것이 모스크바가 뛰어나가고 덴버가 붙잡았는데 그 사이에 경찰이 얼굴을 못 봤는지도 의아하더라고요. 덴버가 말하는 사이 이미 다 봤을 수 있는데, 뒤늦게 나와서 하회탈로 얼굴 가리는 것이 뭔 의미가 있다고.
류지윤 : 그것도 그렇고. 전 왜 이렇게 경찰이 무능력하게 그려지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것 하나도 없이 그냥 끌려 다니고 있어요. ‘아빠 나 안 죽였어’ 할 때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시간인데, 갑자기 늦게 나와서 포위하게 놔두고. 극적 효과도 하나도 없었어요.
홍종선 : 그러게 너무 긴장이 없고 극적 효과도 없어. 원작에서는 오히려 문 안쪽인데도 더 극적 효과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문 밖인데도 긴박감이 없네ㅠㅠ.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