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코로나19 진료 기록 분석
소득 낮을수록 코로나19 피해 더 커
소득 하위 10% 사망자 고소득자 2배
지원 확대 필요한 데 재정 여력 ‘한계’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일수록 감염병 피해가 더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재정은 한계에 봉착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직장 가입자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의료기관을 찾은 480만 명을 소득에 따라 분류했다.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건보료 1분위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뒤 한 달 이내 사망자는 44.3명으로 2분위(27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6~9분위 경우 한 달 이내 사망자는 10만 명당 15명 내외로 소득이 높을수록 사망자는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2020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코로나19 감염 전체 사망자는 971명이다. 이 가운데 소득 하위 10%가 199명으로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소득 상위 10%의 사망자 93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소득 하위 20%까지 넓히면 사망자는 33.2%에 달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피해가 더 컸다고 해석된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아픈데도 불구하고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라며 “감염 측면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더 많이 노출돼 있었던 것이 틀림없고, 덜 보호를 받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일수록 코로나19 피해가 크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지만 정작 정부 지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지원을 줄였다.
재택치료비 지원을 중단하고 근로자 유급 휴가비도 30인 미만 중소기업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2만원 안팎 진료비와 약값도 본인이 내야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급격한 물가 상승도 취약계층 경제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저소득층 피해는 갈수록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확진자는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 검사와 치료를 받겠지만 생계가 취약한 계층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검사를 안 받으면 건강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이러스를 더 퍼뜨리게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이 검사를 안 받고, 걸려도 적절한 치료 지원을 받지 못해 투병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복지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올려 사회안전망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진 만큼 저소득층 지원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생활상 문제 때문에 의료기관 내원을 꺼리고, 검사와 치료를 피할 수 있어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물가 인상률을 따라잡기 위해서 추가적인 인상 반영을 하지 않는다면, 수급자들의 삶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또 한 번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2년 6개월 이상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며 정부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재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근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올해 대비 60조원 정도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 지난 25일 정부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 폭을 결정하려 했으나 기재부가 경기 악화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폭 인상을 주장해 결정을 미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금처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해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이 빈곤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빈곤선으로 기능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현실화시켜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 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