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기 미집행 용지, 공원으로 조성하라" 각 구청에 지시
건물주 "종로구청이 내 건물 삼청공원에 넣으려고 한다"며 소송 제기
재판부 "구청 처분, 공익과 사익 간의 불균형 중대해 위법"
"종로구청, 군사기지에도 공원 조성하겠다는 것 보면 애초 실현 불가능 공원 조성 계획 세운 것"
서울 종로구청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삼청공원 인근 갤러리·카페로 이용되던 건물을 수용해 공원에 편입시키려고 하다가 법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건물주 A씨가 “내 건물을 삼청공원에 넣으려는 종로구청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 대해 A씨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씨의 삼청동 건물과 토지는 현대미술·복합예술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쓰고 있다. 해당 토지는 1940년 일제 시대 조선총독부가 삼청공원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당시부터 공원 구역에 포함됐다. 이후 한차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공원에서 제외됐다가 2013년 4월 개발구역이 해제돼 다시 공원 구역이 됐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2020년 1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용지 중 공원으로 유지되는 토지를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라”는 취지로 각 구청에 지시했다. 이에 종로구청은 2020년 6월 29일 A씨 소유 건물·토지를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고시를 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으면, 땅 소유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도시공원에서 개인 땅을 도시공원 구역에서 빼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4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로 2000년 1월 법이 개정돼 도시공원 일몰제가 2020년 7월 1일부터 적용됐다.
그러자 A씨는 종로구청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행정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청 처분은 공익과 사익 간의 불균형이 중대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전체 공원 면적에서 A씨 부동산이 차지하는 면적은 불과 0.07%”라면서 “굳이 수용해 규모가 매우 작은 공원을 추가로 조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설령 추가로 조성하더라도 활용도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부동산의 맞은편에 군사기지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있어, A씨 부동산이 공원으로 조성되더라도 기존 삼청공원과 연결이 되지도 않는다는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종로구청이 군사기지에도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것을 보면, 애초 실현 가능하지도 않는 공원 조성 계획을 세운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판시했다. 종로구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