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위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터키), 유엔의 4자 합의가 이뤄진 바로 다음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 항구를 공격했다.
로이터 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을 쏴서 오데사 항구 기반시설을 타격했다"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해당 미사일들이 크름반도 인근 흑해 군함에서 발사됐다고 말했다. 크름반도는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이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최소 6번의 폭발음을 들었고, 항구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오데사 공격은) 야만적인 만행"이라며 "이를 보니 러시아가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곡물 수출 협상을 주재한) 유엔 사무총장과 튀르키예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자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가 24일에서야 뒤늦게 "오데사에 있는 군사시설을 공격했다"며 말을 바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오데사항의 군사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군 경비정을 침몰시켰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을) 명백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당사국들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공격은 전날 협정에 대한 러시아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러시아는 세계 식량 위기를 심화시킨 데 책임을 져야 하기에 합의된 협정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2일 우크라와 러시아는 유엔과 터키가 2개월 동안 중재한 끝에 우크라 3개 항을 통해 전쟁 전 수준인 한 달 500만 톤의 곡물 선적 배들이 안전하게 항구를 빠져나가 수출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