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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후폭풍] 美 울트라스텝 전망까지...한·미 금리역전 초읽기


입력 2022.07.14 11:13 수정 2022.07.14 11:1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미 물가 9%도 뚫렸다, 고강도 긴축정책

첫 빅스텝에도, 기준금리 최대 0.5%p 차이

1300원대 환율・고물가, 안심할 상황 아냐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릉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한미금리 역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를 돌파하면서, 이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넘어선 ‘울트라 스텝(기준금리 1.00%p 인상)’ 수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25%,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 수준이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 이상을 밟으면 한미금리가 뒤집힌다.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美 인플레 가속화, 1%p 인상 전망 급등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달 현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8.8%)를 뛰어넘는 것으로 1981년 12월(8.9%) 이후 40년 6개월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도 8.6%를 기록했다. 시장은 미국의 물가 피크아웃(고점 이탈)을 3분기로 보고 있지만, 이번 수치에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에 미국이 울트라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달 최악의 물가 위기에 정책금리를 0.75%p 인상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는 이달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전날 90.6%에서 58.4%로 낮춘 반면, 울트라 스텝 가능성을 9.4%에서 41.6%까지 올렸다.


연준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울트라 스텝에 나서면 미국 정책금리는 2.50~2.75%까지 높아진다.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0.25~0.50%p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2020년 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가속화, 고용지표 호조 등 양호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미 연준은 이후에도 공격적인 추가 금리인상을 이어나갈 수 있다. 지난달 미국 FOMC 위원들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미국 정책금리 수준은 3.4%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연말 한국 기준금리 예상치는 2.75~3.00%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2.75~3.00% 수준은 합리적”이라며 “3.00%보다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물가 상황히 고착화된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저희 베이스라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시적으로 한미금리역전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연합뉴스
◆ 美 금리인상・과거 사례 살펴보니...

한미 금리가 뒤집어지면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진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만한 요인이 줄어든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1300원대를 지속중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이 3월부터 0.25%p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은 기간 외국인 자본유출이 진행됐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3월과 4월 각 33억9000만달러, 37억8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뒤 5월 7억7000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달 다시 7억8000만달러가 이탈했다.


과거 금리역전 시기를 살펴보면, 투자 형태별로 유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과거 지난 3차례 금리역전 기간은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이다. 해당 기간 동안 모두 외국인 투자자금은 채권을 중심으로 순유입됐지만, 주식은 2・3기 각각 263억4000만 달러, 83억60000만 달러씩 빠져나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한은 “위기 아냐”...고환율・고물가 변수

현재 한은은 한미금리가 한시적으로 뒤집혀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확률은 낮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있었고 오히려 외국인 자본이 유입됐다”며 “금리 역전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그보다 환율 상승, 자본유출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고, 강(强)달러는 전세계 공통 현상이라는 판단에서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고환율과 미국의 긴축정책 가속도 등으로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9%를 넘기면서 울트라스텝까지 얘기가 나오는데, 문제는 금리가 역전됐을때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350원까지도 갈 수 있는데, 한미통화스화프 등 확실한 조치가 없다면 원가 절하가 더 심화될 가능성 있다”고 염려했다. 이어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며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내외금리차가 역전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강세 속에서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공포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긴축에 의한 자본유출이라면, 신흥국과의 비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물가가 9%대까지 치솟으면서 연준 의장들이 울트라 스텝을 언급, 예상보다 금리 역전 갭이 더 클 수 있다”며 “과거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아졌으나, 신흥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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