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주요 경쟁국에 모두 뒤져
글로벌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 한국 업체는 2곳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분석 데이터베이스 S&P 캐피탈 IQ를 통해 세계 ICT기업 시총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이름을 올렸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9위, SK하이닉스는 56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56개)과 중국(9개), 일본(8개), 인도(4개), 네덜란드(4개) 등 주요 국가들은 다수의 기업들이 100대 ICT 기업에 포함됐다.
한국은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단 2개사만이 이름을 올렸는데,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투자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개사인 셈이다. 업종 분류상 ‘기술 하드웨어’로 분류돼 있는 삼성전자를 포함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총 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특히 우리 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은 7.4%로 경쟁국인 미국(17.1%), 네덜란드(15.4%), 일본(13%), 대만(9.5%)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지원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이 OECD로부터 제공받은 주요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 통계(2014~2018년)에 따르면 중국 SMIC 6.6%, 미국 마이크론 3.8%, 네덜란드 NXP 3.1%에 비해 한국은 가장 낮은 수준(삼성전자 0.8%, SK하이닉스 0.5%)을 기록했다.
ICT산업 내 5대 세부업종별로 각각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을 추려본 결과, 한국은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든 ICT 핵심 산업에서 각 1~2개 기업만이 포함돼 있어, ICT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발생 이후 ICT 상위 5개 업종에 전격 진입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글로벌 100대 기업에 한국은 더존비즈온(74위), 안랩(82위) 등 2개 기업만이 이름을 올렸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상위 100개 기업이 주로 분포한 국가는 미국(34개사), 중국(32개사), 이스라엘(6개사), 일본(5개사) 등이다. 시가총액 합계 기준으로는 미국(34개 기업)이 한국(2개사)의 1741.4배에 달했다. 중국(37.4배)과 이스라엘(21.1배) 역시 시가총액 합계 기준 한국과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차이가 상당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한국이 IT 강국이라지만 세계시장이라는 냉혹한 전쟁터에서의 성적표는 다른 결과를 말한다”며 “우리경제의 디지털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고 사실상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도 낮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세대 업종인 사이버안보의 경우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협력을 강조할 정도로 유망한 분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비롯해 관련 각종 제도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