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1300원 高환율·무역수지 ‘적자’...“외환위기는 아냐”


입력 2022.07.07 13:07 수정 2022.07.07 13:3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안전판’ 외환보유액 넉 달째 감소

IMF·BIS 기준 달러액 부족

금융위기와 달라...달러 공급 원활

지난 6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KB국민은행

원·달러 환율이 1310원까지 넘어섰다. 역대급 고환율에 외환당국이 방어에 나섰지만 달러만 소진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400억 달러 밑까지 쪼그라들고 무역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해 외환위기급이라는 우려가 거세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환보유액 올해만 235억 ‘뚝’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지난달 대비 94억3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7개월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3월부터 넉 달 동안 연속 감소한 상황이다. 해당 기간 234억9000만 달러가 증발했는데 단기간에 이같은 큰 폭은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5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달러 화폐 뭉치.ⓒ연합뉴스

이같은 외환보유액의 감소는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를 팔며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달 23일 130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290원 후반대로 떨어졌으나 8거래일만에 다시 1300원을 재돌파하고 장중 한 때 1310원까지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도 환율은 1305원에 출발하며 2거래일 연속 1300원을 웃돌았다. 당분간 환율은 1300원을 웃돌면서 일시적으로 1350원까지도 터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만 시장 안정조치를 위해 순매도한 금액은 83억1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 글로벌 달러 강세로 유로화 등 기타 통화 외환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것도 외환보유액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5.11을 기록, 전월(101.67)보다 3.4% 뛰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원자재가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낸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는 10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달러가 이만큼 유출한 것이다. 달러 유출은 환율 급등과 수입 물가를 밀러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IMF-BIS 기준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외환보유액 적정 기준으로 ‘위기’

그렇다면 현재 외환보유액은 적정한 수준일까.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국내 외환보유액은 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단기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비중은 98.94%, 외환보유액 세계 1위인 중국도 69%로 모두 기준에 못 미친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3개월치 수입액, 단기외채규모(만기 1년 미만), 외국인 국내증권투자액의 3분의 1을 합한 값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6256억 달러, 현재 외환위기 발생시 동원가능한 외환규모는 4928억 달러다. 역시 기준 미달이다.


적정 외환보유액은 2분기(4~6월) 수입액(1837억 달러)에 1분기 단기외채(1749억 달러), 지난해 외국인의 증권투자액의 3분의 1(2670억 달러)을 포함했다.


동원 가능한 외환규모는 6월 외환보유액(4328억 달러)과 한·미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채널인 ‘FIMA 레포’ 거래한도 600억 달러를 합한 금액이다.


단,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좋은것은 아니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지면 이를 유지하는데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유지비용은 국내금리가 해외금리보다 높을 수록 증가한다.


지난 4월 10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상황 양호...“환율, 과도한 오버슈팅”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적지 않은 수준으로 당분간 고 환율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때는 경상수지가 적자였는데, 현재는 무역수지가 적자여도 경상수지가 흑자”라며 “4300억 달러 외환보유액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고환율도 미국 경기 상황과 함께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환율도 지나치게 높아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섰는데 내년 미국 경기 침체폭이 커지며 환율도 내년초 120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한·미 통화 스와프를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심리적 안정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고환율로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IMF때 처럼 외국에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경상수지도 흑자”라고 지적했다.


강 달러는 한국 문제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추세적 현상으로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액 수치 자체가 중요한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당국은 국내 외환시장 규모에서 특정 수준을 타깃해서 하는 정책은 전개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강달러 추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내외 금리 차가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금리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