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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①] LH가 촉발한 경영평가 개편…“기본부터 다시”


입력 2022.06.21 15:15 수정 2022.06.21 15:15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1984년 도입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변화하는 시대 요구 못 담고 ‘역행’

정부 지배력↑, 경영 자율성↓

“정부 중심 평가, 전면 개선 필요”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경영평가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이하 경평)를 발표하자 또다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평 제도를 도입한 지 4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공기업 기능과 역할, 가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재부는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기업 36개와 준정부기관 57개, 강소형 기관 37개 등이 이번에 경평을 받았다.


경평 등급은 탁월(S)부터 아주미흡(E)까지 6단계로 나눴다. 올해 탁월 평가를 받은 공기업은 한국동서발전 1개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우수(A) 23개, 양호(B) 48개, 보통(C) 40개, 미흡(D) 11개, 아주미흡 3개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아주미흡과 2년 연속 미흡을 받은 8개 기관 가운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했다. 미흡 등급 15개 기관 가운데 6개월 이상 기관장이 재임한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중대재해 발생기관 14개 가운데 13개, 감사평가 부진기관 미흡 3개도 경고 조치했다.


해마다 진행하는 공공기관 경평은 1984년 만들어진 제도다.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거치며 꾸준히 수정과 보완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제도의 한계와 모순, 여러 문제점을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다.


경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유형과 지표의 적절성 논란이다. 계량과 비계량 비중이나 평가단 구성의 적정성, 평가 주기 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 속에 공공기관 자율성은 침해당하고 공공성은 옅어지고 있다고 꼬집는다.


평가받는 공공기관 입장에서 경평은 작게는 성과급, 크게는 기관장 해임까지 걸린 사안이다. 1년 내내 경평을 준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본연의 업무보다 경평이 더 중요해지면서 주객(主客)이 바뀌기도 한다. 정작 제대로 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공공기관에 부담만 가중하는 꼴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자율성은 훼손된다. 1984년 당시 제도 도입 배경이 공기업의 비효율 제고, 경영 자율성 보장이었다는 점에서 제도가 정반대 길을 걸은 셈이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경영실적을 사후 평가해 경영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자율성 보장 수단으로 도입한 경영평가가 어느새 자율성을 저해하는 도구가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평가지표 적절성이나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 비중 문제도 공공기관마다 역할과 기능이 제각각이다 보니 평가 때마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마다 기능과 특성은 물론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며 “특히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는 해당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태생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걸 일괄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평가 항목에 정부 입김이 점점 강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몇 해 전 경영평가위원으로 참가했던 한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공공)기관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이 (정부)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주입하고 성과를 거두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경평이 공공기관 경영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하는 기능보다 페널티를 주는 방법, 즉 통제 수단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수’ 등급을 받자 경평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수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전문가들 다수는 기재부 등 중앙 부처의 통제·관리 기능만 강화했을 뿐 근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경평 과정에서 수치 오류로 결과 발표를 번복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현선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LH공사 투기사태와 경영평가 지표 가중치 관리 부실로 인한 수치 오류로 기재부 경영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져 그만큼 개혁이 절실하다”며 “지난해 8월 기재부가 경영평가 혁신안을 제시했지만 기존의 폐쇄적인 제도를 몇 겹의 관료 중심으로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대전환 시대에 기존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이제 멈추고 국민과 함께 새로 틀을 짤 때가 됐다”며 “민간과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가칭 공공기관 거버넌스 대전환 위원회를 구성해 (경평 제도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짜 문제는②] 관료 입김에 사라진 자율성…제도 바꿔도 ‘옥상옥’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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