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발 최고조…직협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 내걸고 총력 여론전
다음달 23일 임기 만료 김창룡 청장, 해외 출장까지 취소하고 비상대기중
김 청장 작심비판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경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행안부, 권고안 발표 앞두고 '통제 수위' 조절에 고심…사법경찰 명시, 권고안에 담지 않을 듯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 방안 발표를 앞두고 행안부와 경찰 측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권고안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 경찰 내 노동조합 역할을 하는 직장협의회(직협)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서울 서대문·광진·남대문 경찰서 등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에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직협이 내건 현수막에는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지난 17일 직협이 처음으로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 현수막을 설치한 뒤 전국 일선 경찰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은 자문위 권고안에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보장하고, 행안부 내에 경찰 통제를 위한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자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반대 서명 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일일회의에서 행안부를 겨냥해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경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치열한 고민과 논증 끝에 현행 경찰법이 탄생했다"며 "자문위 주장은 경찰법 연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이를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은 "자문위 권고안은 우리 경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모두의 진심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김 청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날부터 23일까지 예정돼 있던 해외 출장도 취소하고 비상대기 중이다. 여기에 경찰청은 자문위 최종 권고안이 나오면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전국경찰직협도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임기 한 달' 김창룡 거취 표명할까…"경찰법 연혁 담아내지 못해" 공개 반발
경찰 안팎에선 김 청장이 권고안 발표 후 항의의 뜻으로 거취 표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청장은 다음달 23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문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경찰 내에선 1991년 경찰법 제정에 따라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했는데, 행안부를 중심으로 한 경찰 통제 방안이 마련되면 '다시 30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로 회귀한다'는 비판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행안부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권력의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인 만큼, 최종 권고안이 나오면 시민사회·학계 등과 함께 충분한 논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경찰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고 있는 만큼 자문위 측도 권고안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사법경찰을 명시하자는 의견 등도 나왔지만 권고안에는 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권고안에 경찰에게 유리한 내용도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문위는 21일 오후 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운영결과를 브리핑한다. 권고안에는 경찰정책국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경찰 통제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