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준금리 0.75%p ↑…내달도 인상 예고
한미 금리역전 발생 우려…“환율인상 대비해야”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진정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가·원자재 급등 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높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며 지나친 우려를 지양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자본유출 비상등을 켰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2.5원 내린 1279원에 개장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물가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영향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0.75%p 인상은 이례적으로 큰 것이며, 이런 정도의 인상이 흔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고, 우리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며 내달 0.75%p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점도표는 7월 0.75%p, 9월 0.50%p, 11월 0.25%p, 12월 0.25%p 인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역시 ”(파월 의장이) 0.75%p 인상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한 차례 더 0.75%p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은 한미 금리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본은 수익률과 관련된 기준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급격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은 원화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0.06%p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졌지만 최근엔 원화 약세에 이어 국제수지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6.4원) 보다 4.1원 오른 1290.5원에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상수지 역시 유가급등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규모 축소 등으로 2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의 교역조건이 악화돼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다만 환율 상승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 실장은 “한국은 과거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단기 외채가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FOMC의 불확실성 해소로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한미 금리역전 현상에 따른 환율급등으로 언제든지 ‘1300원’선은 깨질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 폭을 높이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등 환율인상 위협 요인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GDP대비 2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로 금융위기에 대한 대비가 돼있지 않으며 외환보유고 중 현금비중도 5%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환율은 IMF때 2000원, 2008년도 1600원까지 올라선 바 있다”며 “외환보유고 현금비중을 30%까지 늘리고, 경상이익이 날 때마다 외환보유고를 쌓아두는 것이 가장 시급한 환율 정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