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주요 19개 대학 인문계 학과 정시 합격선 일제히 하락
인문계 합격점수…서울대·고대·성대·한양대·이대·연세대 순
입시전문가 "통합형 수능 '확률과 통계' 선택이 '미적분'·'기하' 선택 보다 불리…이과생에 유리"
"이과 학생들, 교차 지원해 문과 학생들 밀어내고 상향 지원…인문계 학생들에게 가산점 더 줘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여파로 주요 대학 인문계 정시 합격자 점수가 하락했다. 특히, 지난 해까지 인문계 합격자 평균 점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순으로 높았는데, 통합 수능이 처음 치러지면서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순으로 대학 간 합격점수 순위도 바뀌었다. 입시업계에서는 "통합형 수능이 인문계에 영원히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하고, 교육당국의 통합형 수능 체제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종로학원이 올해 주요 19개 대학 정시 합격생 중 상위 70%의 수능 백분위 평균 점수 분석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19개 대학의 인문계 합격점수(상위 70% 성적)가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대는 293.8점에서 288.3점으로, 고려대는 287.7점에서 280점으로 하락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는 287.9점이었으나, 올해는 18.9점이 떨어진 269점을 기록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인문계 합격점수가 바뀌면서 대학 서열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1학년도에는 상위 70% 합격점 기준으로 서울대(293.8점), 연세대(287.9점), 고려대(287.7점), 한양대(284.3점), 이화여대(281.4점) 순이었다. 하지만 2022학년도에는 서울대 (288.3점), 고려대(280), 성균관대(277.2), 한양대(275.1), 이화여대(271.6), 연세대(269), 서강대(269) 순으로 나타났다. 연세대가 전년도에 비해 4계단 떨어져 3등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자연계는 성균관대, 고려대 등 6개교의 합격자 평균 점수가 상승했다. 나머지 대학은 1~2점 정도 소폭 하락했다. 자연계의 경우 서울대(285.8점) 합격점이 가장 높았고, 성균관대가 282.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고려대(282.0점), 연세대(281.3점), 한양대(276.6점), 이화여대(274.5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286.1점), 연세대(284.6점), 성균관대(280.7점), 고려대(280.5점), 한양대(278.3점)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입시업계에서는 통합형 수능 체제가 이른바 '서연고' 순서마저도 바꿀 정도로 대학, 학과 간 점수 변동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통합형 수능은 문과생과 이과생이 공통 문항에서 함께 경쟁하고, 국어·수학의 경우 원하는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응시하는 방식으로 지난 2020년 처음 도입됐다. 입시전문가들은 통합형 수능 도입이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때문에 이과생들이 유리한 제도라고 지적해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영역에서 이과생은 '미적분' '기하'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를 주로 선택하는데 똑같은 점수를 받아도 환산하면 이과생의 표준점수가 더 높아진다"며 "통합수능 체제 이전에는 문과에서 문과 아이들끼리 경쟁했다면, 이후에는 문과생들에게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고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을 하는 현상마저 일어나 앞으로 대학 합격 점수와 순위에 대단히 큰 변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근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수학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은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보다 계속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통합형 수능 체제"라며 "정시는 표준점수 체제이기 때문에 같은 등급과 점수여도 수학의 경우 자연계 표준점수가 더 높다. 이과 학생들이 자연계 쪽에서 학과를 찾으면 낮은 학교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교차 지원을 하게 되면 인문계 학생들을 밀어내고 상향 지원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이 통합형 수능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소장은 "자연계 학생들의 인문계 교차 지원을 허용하되 동일계 같은 경우 인문계 학과를 지원한 인문계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더 주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학에 인문계와 자연계가 존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수능을 통합형으로 만드는지 의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문계 학생들이 영원히 불리한 구조인데 교육당국이 통합형 수능 체제를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