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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 하반기 물가 6%대 현실로


입력 2022.06.14 15:50 수정 2022.06.14 15:5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소비자물가 5.4%↑…13년 내 최고

지난해부터 억눌러온 공공요금

물가 최악 상황에 인상 불가피

IMF 이후 최초 6% 돌파 가능성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에 전력 사용량이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르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유가가 끝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우려로 계속 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을 더는 늦추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더욱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5.4%, 전월 대비 0.7%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 5.6% 오른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연평균 2.5%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3%대를 넘어서더니 지난달 5%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3.8% 상승 후 12월 3.7%, 올해 1월 3.6%로 두 달 연속 소폭 감소했으나, 2월(3.7%)부터 다시 올라 3월 4.1%, 4월 4.8%, 5월 5.4%로 급등했다.


소비자물가상승 가장 큰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데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유류세 인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기름값이 연일 오르고 있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투입된 재정도 한몫 거들었다. 시장에 풀린 재화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물가상승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글로벌 공급난도 언제 해소될지 기약이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그동안 억제해 온 공공요금 인상을 더는 억누르기 힘든 상황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이 7조78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난해 전체 적자액보다 2조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연간 30조원 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하고 있다.


가스요금도 내달부터 인상이 예정돼 있다. 수입 요금과 판매 요금 사이의 격차로 쌓인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6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누르면서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가스공사 미수금(손실분)이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내달부터 민수용(주택·일반용) 가스요금 원료비 정산단가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물가상승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최대한 막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선거 등 정치적 이유와 물가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뒤로 밀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미룬 공공요금 인상이 최악의 물가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평균 2.5% 오른 지난해에도 물가 급등을 우려해 인상을 막았는데, 올해는 5.4%까지 치솟은 상황에 공공요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6%대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 1998년 11월 6.8% 이후 최초가 된다. 약 24년 만이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해는 평균 0.35%이었던 반면 올해는 1·2월 0.6%, 3·4·5월 0.7%를 기록하고 있어 당분간 물가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니 선제적 조치를 통해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 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튿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물가는 민생안정에 제일 중요한 부문인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물가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관계부처와 함께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자세로 점검·발굴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관리를 위해 환율과 금리 정책을 종합한 포괄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단기 대책으로 물가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출 진흥책에 총력을 기울여 무역수지 흑자를 쌓고 달러당 원화 가격을 안정시켜 수입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이 계속되리라는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잡기 위해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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